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대통령실 민정수석을 없애고,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들의 1차 검증을 맡기고 있다. 대법원장 후보자 검증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장, 장관급 인선에서 잇단 인사검증의 실패가 국정운영의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가 10억 원에 이르는 비상장 주식을 재산공개에서 누락해온 사실,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은 의혹 등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은 여야 대치 상황에서 ‘정치 실종’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재산·탈세 관련 의혹들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돌아선 원인도 컸다.
인사청문회 도중 사라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도 만만치 않다. 과거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되며, 자신이 공동창업한 인터넷 매체의 주식을 시누이에게 파킹(임시로 맡김)해 놓았다가 나중에 되사서 백지신탁제도를 무력화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 매체를 통해 선정적 기사를 내보내고 ‘혐오 장사’로 돈벌이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10년간 140억 원의 재산을 늘렸는데, 제기된 의혹을 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더니 막상 부인만 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인사검증 과정에서 사전에 몰랐다고 해도 문제이고, 알고도 “별 흠결이 되지 않는다”고 넘어갔다면 그것도 큰 문제다. 12·12 군사쿠데타 옹호, 전직 대통령 모가지 발언 등을 했던 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정황이 있는 유인촌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검증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지난 2월엔 몇 년 전 이미 보도된 정순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아들 학폭 문제조차 걸러내지 못해 중도 낙마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야권의 반대 탓만 한다면 이런 문제는 지속되고, 결국 정권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반복해 지켜본 일이다. 인사검증 시스템 쇄신만이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