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은 오늘날 세계 문명이 직면한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인권 정신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인류가 직면한 세계 위기의 극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2023 김대중평화회의’ 국제 학술대회가 5일 전남 신안군 씨원리조트에서 열렸다. 김대중평화회의는 김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2021년 창립된 국제 포럼이다. 전날 사전 행사로 평화콘서트 등이 펼쳐졌고, 이날 공식 개회식에 이어 ‘지구적 책임과 지구적 평화’를 주제로 한 1일 차 학술대회가 진행됐다.
학술대회에선 인도의 아동 권리 활동가 카일라시 사타아르티(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마이크 매기(미네르바대학교 총장)가 기조연설을 맡았고, 김명자(KAIST 이사장), 아캄 알리(세계보건기구(WHO)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장), 오세정(서울대 전 총장), 안드레아 비앙키(KAIST 교수), 레이첼 브론슨(미 핵과학자회 회장), 박상욱(서울대 교수) 등 세계 각국 지식인이 연사로 나섰다.
카일라시 사타아르티는 기조연설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위기의 기저에는 ‘왜 더 잘 협력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며 “공감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공감하는 글로벌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는 구경꾼이 아니라 과감히 경쟁에 뛰어든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후 위기극복을 위해 문명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경고도 나왔다. 아캄 알리 WHO 아시아태평양 센터장은 “기후 변화는 보건 위기를 악화시키고 세계 평화를 파괴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모든 차원에서 국제 협력,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논의했다. 오세정 서울대 전 총장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미래에는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미래 산업은 과학과 미래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아 비앙키 KAIST 교수 역시 “직업으로서 개발자는 이미 경제적 생존력을 잃었다”며 “소프트웨어를 넘어 현실과 인식을 형성하는 물리적 도구로 나아가야만 인간은 발언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세계평화와 지구적 위기 극복을 위해선 김대중 정신인 국제 협력과 유대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공식 개회식에서 “상생과 연대, 협력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 역사를 진전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산을 계승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재 김대중평화회의 공동조직위원장도 “김 전 대통령은 일찍이 인간과 자연이 평화ㆍ공존하며 공생하는 코스모 민주주의를 주창했다”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코스모 민주주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인류와 지구를 살리는 길을 찾아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대중평화회의는 6일 2일 차 학술회의에 이은 폐회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