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여 년간 허위광고를 반복한 유료 국제학생증 발급대행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8월 A씨가 B사를 상대로 제기한 4,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A씨에게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 소속 회사는 1996년부터 '미국 국제학생교류카드사(ISEC) 국제학생증'을, B사는 1988년부터 '네덜란드 국제학생증협회(ISIC) 국제학생증'을 발급해왔다. 국제학생증은 해외에서 학생신분을 인증해주는 증명서로 두 학생증 모두 어디서나 사용 가능했다.
문제는 B사 광고였다. B사는 2001년부터 ISIC 국제학생증을 "세계 유일의 학생 ID카드"라고 홍보하면서, ISEC 국제학생증은 "미국 사설업자가 유포하는 가짜"라고 비방했다. A씨는 당시에도 "B사 광고는 인격권 등을 훼손한 불법행위"라며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00만 원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도 2004년 "B사의 광고는 A씨 회사의 국제학생증이 가짜인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켰다"며 경고 조치했다.
B사는 그러나 이후에도 50여 개 대학교와 제휴 금융기관 홈페이지 등에 "ISIC 국제학생증만이 유네스코가 공식인증한 유일한 국제학생증"이라고 계속 홍보했다. 공정위가 2019년 B사에 재차 경고했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없자 A씨는 올 1월 다시 소송을 냈다.
법원은 "B사의 부당한 광고로 인한 A씨의 손해가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정위의 반복적 경고에도 B사는 올 6월 자발적으로 시정조처를 할 때까지 부당한 광고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산적 손해배상만으로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가 청구한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은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