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한 숲속. 테이블 위에 사람이 먹던 피자가 놓여 있다. 세 마리의 아기 곰을 데리고 온 어미 곰은 앞다리로 테이블을 밀어 쓰러뜨리더니 땅에 떨어진 피자를 먹고 도망갔다. 피자를 마저 먹으려다 곰을 보고 차로 피신한 남성 2명이 촬영해 올해 5월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다.
영상을 본 일본인들의 반응은 “귀엽다”가 아니었다. “사람과 곰의 거리를 좁혀 버렸다”, “피자 맛을 알고 곰이 또다시 사람 주위로 올 것”이라는 우려가 쇄도했다. 홋카이도에서 곰은 보호해야 할 희귀 동물이 아니라 언제 사람이나 가축을 습격할지 모르는 위험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삿포로시에서 종종 목격된 적 있는 이 곰 가족은 7월엔 가정집에 나타났다. 정원에 있는 어미 곰과 아기 곰 3마리를 목격한 시민은 경찰에 신고했다. 곰 가족은 숲으로 도망쳤지만 나흘 후 시 당국의 의뢰를 받은 포수에게 사살됐다.
곰은 경계심이 강해 사람이나 주택가에 다가가는 것을 꺼린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최근 삿포로에선 근교에 서식하는 ‘도시 불곰’이 종종 목격된다. 올해 4월 이후 삿포로시에 곰이나 곰의 흔적을 목격한 건수는 이달 25일 현재 161건으로, 10년 전(83건)보다 급증했다. 이달 24, 25일에도 미나미구에서 잇따라 곰이 목격됐는데, 결국 사살됐다. 인명 피해도 발생한다. 지난해 3월에는 산에서 남성 2명이 곰의 습격을 받아 다쳤다.
축산 농가도 피해를 입었다. 홋카이도 시베차초의 오소쓰베쓰 지구에선 소를 주기적으로 습격하던 불곰이 4년 만에 사살됐다. 불곰을 조사한 단체는 "곰이 소의 맛을 기억해 습격을 계속한 것"이라고 보았다.
근본 원인은 곰의 개체 수 급증이다. 2020년 기준 홋카이도의 불곰은 약 1만1,700마리로 조사됐다. 30년 전엔 5,200마리였다. 1989년까지는 매년 봄 곰 사냥을 허용했으나 개체수가 감소하며 사냥을 금지한 데 따른 것이다.
곰이 사람의 주거지에 자주 출몰하면서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곰 사냥을 허가하거나 포수에게 직접 의뢰해 퇴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삿포로시 관계자는 “사람과 곰의 서식지를 분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