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3선의 홍익표 의원이 선출됐다. 위기 상황에 원내 사령탑을 맡았다는 점에서 신임 홍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책임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그간 민주당을 흔들었던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털어내고, 민생 챙기기와 당내 갈등 수습으로 제1야당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 체제에서 당 정책위의장과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홍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친명계에 합류해, 범친명계로 분류된다.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탈당 선언을 하겠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당내에서는 강성으로 통한다. 하지만 강성으로 일관하기에 홍 원내대표 앞에 주어진 과제가 너무 엄중하다. 당장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동의안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법안 90여 개 등 현안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를 정상화해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총선 체제로의 전환까지 책임져야 한다.
출발선에 선 홍 원내대표 체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당내 분열이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친명계 의원들은 비이재명계 솎아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 당이 중심을 잡기는커녕 '개딸'로 상징되는 이 대표 강성지지층에 휘둘리고 일부 의원들이 이에 편승하면서 갈등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되겠다"면서도 "이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칫 '이재명 수호'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심리적 분당’은 현실이 되고, 이는 곧 민심과의 괴리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총선은 2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총선 승리 없이 민주당이 말한 윤석열 정부 견제는 불가능하다. 남은 기간 민주당이 제1야당 역할을 얼마나 제대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앞날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국민 눈높이부터 맞추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