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와 경기 김포시 등 3곳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 가족들을 평소에 알고 지내던 이웃들은 매우 놀라며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싸우는 소리 한 번 못 들은 화목한 가족이었다"며 도무지 사망 경위를 알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24일 일가족 거주지인 송파구 빌라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한 주민은 이 가족을 '화목한 가정'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40대 여성 A씨와 자주 마주쳤다는 그는 "평소 큰 소리 한 번 안 들리는 집이었다"면서 "젊은 부부가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자주 놀러 다니는 걸 보고 사이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웃들은 A씨의 남편, 시누이, 시어머니가 '채무 갈등'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긴 사실에 특히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B씨는 "A씨 부부가 수입 차량에 스노보드 장비까지 싣고 다니는 걸 보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안인 줄 알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근 A씨 부부가 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는 이웃 증언도 나왔다. 다른 주민 C씨는 "지난해 여름 이후 계속 집이 비어 있는 것 같았다"며 "올봄에 리모델링을 할 예정이라며 소음이 클 수 있다고 양해를 구하러 왔었다"고 말했다. B씨도 "최근 A씨 부부가 '세를 주고 나가 살려고 한다'면서 인테리어 견적을 물어본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숨지기 며칠 전 이들 가족이 신변을 정리한 걸로 볼 수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어머니가 10년 넘게 이곳 빌라에서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2, 3일 전 쓰레기를 엄청 많이 내놨길래 의아했다"며 "2주 전쯤엔 가구도 빼놓았다"고 증언했다. 실제 이날 빌라 입구엔 A씨 가족이 반출해 둔 것으로 보이는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A씨가 홀로 투신한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주민들은 A씨가 자신의 친정으로 알려진 이곳을 찾아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에 크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한 주민은 "사고 당일 오전 구급차와 경찰차가 도착한 모습은 목격했지만, 자세한 사정은 아는 바가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앞서 경찰은 23일 오전 7시 29분쯤 송파구 아파트 단지에서 한 여성이 추락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심정지 상태의 A씨를 발견했다. 이후 A씨 동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주거지인 빌라에 숨져 있는 A씨 남편과 시누이, 시어머니를 확인했다. 김포시 한 호텔에서는 A씨의 10대 딸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최근 이들 사이에는 A씨가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힌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역시 자택에서 '채권 채무 문제로 가족 간 갈등이 있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확보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4명의 성인 사망자와 달리 A씨의 10대 딸에게서는 질식사 소견을 발견,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한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 분석 등을 토대로 A씨가 22일 딸과 함께 김포시 호텔에 투숙한 뒤, 이튿날 오전 혼자 숙소를 빠져나와 친정으로 알려진 송파구 아파트로 이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