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한 총리 만나 "방한 진지하게 검토"…연말 한중 정상회담 성사되나

입력
2023.09.23 20:30
한덕수-시진핑, 항저우서 양자 면담
한 총리, 남북관계 '담대한 구상' 설명도
시진핑 "남북 화해·협력 지지"
부산엑스포 지지 요청에도 "진지하게 검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연내 한중일(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와 방한에 직접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연내 한중일·한중 정상회담 개최가 유력해졌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23일 한 총리가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 주석을 만나 회담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한중관계와 한반도 문제, 양국간 경제산업협력 및 교류 활성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한 총리 "중국과 성숙한 관계 기대"…시 주석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시키자"

한 총리는 시 주석에게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한중관계는 상호 존중, 호해 및 공동 이익에 따라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특히 한중 양국이 직면한 과제로 △북한의 지속적 도발에 따른 역내 긴장고조 △세계경제 불확실성 △공급망 교란으로 제시하며 협력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한중은 이사갈 수 없는 이웃으로 뗄 수 없는 동반자"라며 한중관계 안정이야말로 두 나라와 양국 국민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산업 협력과 공급망 안정적 관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 등에 있어서 협력해 나가는 한편 문화 및 인적교류의 증진을 위해서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 총리, 남북관계 '담대한 구상' 설명…시 주석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위한 정부 노력 환영"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시 주석에게 설명하고, 중국에 건설적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의 남북 양 측의 화해와 협력을 일관되게 지지해왔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시 주석은 또 연내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면서 "적절한 시기 개최를 환영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내주 개최되는 고위급 회의를 시작으로 외교장관 회의를 거쳐 조속히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서울에서는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를 논의하기 위해 3국 차관보 회의가 개최된다. 한일중 3국은 연내 정상회담 개최에 모두 긍정적인 입장이다.

시 주석은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와 관련한 한 총리의 지지 요청에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방한 문제 진지하게 검토"…한미일 협력 강화 경계하기도

한편, 시 주석은 이날 면담에서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이 먼저 본인 방한 문제를 말했다"며 "(이는) 본인이 먼저 방한할 차례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국빈 방한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지 않았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 총리에게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하는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에 대한 선린우호 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며 한국이 중한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중시한다"며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른바 '핵심 이익'이라고 하는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한 신중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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