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멸’이란 난제 해결의 실마리를 교육에서 찾은 강원 화천군의 성과는 한두 해만에 이뤄낸 것이 아니라 장장 17년 동안 꼼꼼하게 준비한 결과물이다.
2006년 교육부로부터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화천군은 정부 지원금으로 어떤 사업을 할지 설문조사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전 연령을 포괄하는 평생교육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열악한 교육 기반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훨씬 많았다. 또 우수한 인재들이 유출되면서 학생들 사이에 적정한 경쟁이나 동기 유발도 사라지게 하고, 결국 공교육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서 화천군은 △영유아보육시설 확충 △방과후 학교 운영 △원어민교사 지원 확대 △화천학습관 건립 △중고생 해외연수 도입 등 10년 앞을 내다보는 ‘화천군 인적자원개발 중장기 계획’(예산 778억 원)을 세웠다.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최인한 교육복지과장은 “강점-약점-기회-위기를 열거하는 SWOT 분석을 통해 계획을 세웠다”며 “부모들이 원하는 공교육 지원을 위해 횡성군의 민사고, 기숙형 교육 모델로 우수 인재를 배출하는 경남 합천군과 전북 순창군을 둘러본 뒤 우리 군 실정에 맞는 규모로 2008년 화천학습관을 세웠다”고 회상했다.
2015년 화천군은 전국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교육과 복지를 한데 묶어 ‘교육복지과’를 신설하고, ‘아이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만들기’ 10개년 계획을 추진했다. △결혼임신출산 △영유아 △아동청소년 △청년 △전생애 등 5개 분야 123개 사업에 10년간 2,500억 원을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화천군에 따르면 2018년까지는 다른 대다수 농촌처럼 화천군도 중학교 졸업생이 타 지역 고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나 2019년 중학교 졸업생 대비 고교 입학생 비율이 106%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100~105%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외지 중학교 졸업생들이 화천 내 고등학교로 순유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군인가족 자녀의 경우 아버지가 화천서 근무하다 다른 곳으로 옮겨도, 어머니와 자녀는 화천에 남아 학교를 다니는 사례도 많다.
화천군의 성과를 배우러 경북 예천·고령군, 충남 예산군, 충북 단양군 등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찾아 온다고 한다. 최 과장은 “주요 교육 사업을 업체에 위탁하지 않고, 약 20명의 직원들이 강좌 전담 교사나 원어민 강사 등의 선발을 직접 맡아 세세히 관리한다”며 “다른 지자체들이 ‘어떻게 그걸 다 관리하냐’며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접경지역인 화천군은 사람이 희망”이라며 “도로 넓히고, 다리 놓는 것은 잠시 미루더라도 아이들이 경제적 이유로 배움의 시기를 놓치는 일만큼은 결코 없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