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거액의 재산신고 누락과 증여세 탈루 의혹에 대해 “(위법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몰라서 그랬고 고의성은 없었다’는 뜻인데, 법원장까지 지낸 고위 법관으로서 무척 안이한 발언이다.
이 후보자는 10억 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 재산신고 누락과 미국 거주 딸에게 보낸 송금액의 증여세 누락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으나, 위법 사항의 엄중함에 대해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재산 누락 사항은 “처가 쪽 재산 분배 문제라서 저는 거의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또 야당 의원이 “딸에게 지속적으로 보낸 송금내역을 보면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자 “저희는 그렇게 인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해외 직장을 둔 자녀를 후보자의 직장피부양자로 올려 건강보험법 위반 의혹도 나왔는데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판사님이 법을 몰랐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자주 하시냐”고 할 정도였다.
이 후보자는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아들이 김앤장 인턴으로 활동한 것도 특혜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제 아들은 저와 관련해서 김앤장에 들어간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이 독자적으로 김앤장 인턴이 됐다면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의 이런 해명들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법 불신의 저변도 확대한다. 재산신고 기준을 지켜온 공직자들과 세제를 공부해가며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해온 보통 사람보다 준법정신이 떨어져 보여서다.
더구나 2세 아들과 함께 토지를 쪼개기 증여받아 아들을 20대에 억대 자산가로 만들어 준 과정 또한 ‘평범한 자산 불리기’ 수준으론 보기 어렵다. 국민들이 대법원장 후보에게서 법정신이 아니라, 재산·탈세 관련 의혹만 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청문회에서 나온 의혹과 해명, 사실관계를 명확히 가려 자격을 따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