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장애인 관련 사업이 삭감된 것을 규탄하기 위해 장애인고용공단을 기습 점거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경찰에 전원 연행됐다. 연행되지 않은 나머지 전장연 활동가들은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탑승 시위를 이어나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중구 충무로3가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를 점거해 농성을 진행한 전장연 활동가 27명을 공동퇴거불응 혐의로 연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장애인고용공단을 찾아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를 철회하라'거나 '고용노동부 우리를 만나라'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경찰은 시위 시작 2시간 만인 오전 9시쯤 활동가 전원을 체포했다.
전장연은 23억 원이 배정됐던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 지원' 사업 예산이 내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것을 문제 삼았다. 전장연에 따르면, 2019년부터 시작된 해당 사업은 사업 실적이 부진하고 다른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이에 따라 187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라는 게 전장연의 설명이다.
전장연은 "집행이 저조했다는 2020~2022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었던 시기였다"며 "(사업에 대한) 적극적 안내조차 부족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다른 사업과 중복된다며) 보건복지부 소관 사업을 끌어와 고용노동부의 지원 사업을 비교하는 건 해고를 위한 끼워맞추기식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활동가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연행을 비판하고, 이 장관과의 면담을 촉구했다.
이와 별도로 전장연 활동가 7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열차에 탑승하려다가 경찰관 및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충돌을 빚었고, 1시간 가량의 실랑이 끝에 9시 30분쯤 열차에 올라탔다. 활동가들은 한국은행 앞으로 이동해 "한국은행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의 면담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