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강아지 공장’서 배당금 챙긴 투자자는 ‘현직 경찰'

입력
2023.09.18 09:00



AI앵커가 전해드립니다. ‘이주의 동물 이슈' 시작합니다.

그간 발각된 동물학대 현장 중 가장 규모가 큰 ‘화성 번식장’이 투자자까지 모집해 운영해왔다는 소식 지난주에 전해드렸는데요. 이 투자자 중 한 명이 현직 경찰로 확인됐습니다. 이 경찰관은 단순히 투자만 한 게 아니라, 번식장 운영에 깊이 관여한 정황까지 나타났습니다.

동물학대를 수사해야 할 현직 경찰이 단순히 무허가 영리활동을 한 것뿐 아니라 번식장 동물학대에 가담해 돈까지 벌었다는 소식에 동물단체들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등 22개 동물단체들이 13일 공개한 경기 화성시의 번식장 투자자는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A경사입니다. A경사는 2021년부터 이 번식장에 투자해 모견을 분양받고 배당금을 받아갔습니다. 한 달에 최대 500만원이 넘는 수익을 분배받기도 했습니다.

당초 400마리만 사육한다고 신고한 화성 번식장이 몰래 투자자를 모집해 공격적으로 개체수를 늘리는 과정에 A 경사가 직접 참여한 겁니다. 이 번식장은 강아지를 1,400마리까지 사육하며 각종 동물학대 행위를 저질러오다 지난주 발각됐습니다.

그런데 동물단체들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A 경사가 단순 투자자는 아닌 듯합니다. 그는 번식장에서 ‘A 이사'로 불리며 운영에 깊이 개입했다고 합니다. A 경사는 지난해 특히 번식장을 드나들며 운영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밤 늦은 시각에 새끼가 태어날 때 자리를 지키는 ‘야간대기조’나, 동물병원에서 분만할 때 보호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A 경사는 아예 이 번식장 근처로 근무지도 옮기려 했습니다. 그는 화성시를 관할하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전보 신청을 한 이력이 있습니다. 신청서에는 ‘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근무지를 옮기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다만,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도는 미수에 그쳤지만, 동물단체들은 A 경사가 전보를 신청하며 번식장 운영진과 공모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A 경사가 자신의 경찰 업무를 번식장에서 처리한 듯한 흔적들이 남았습니다. A경사의 연말정산 결과 자료 등이 번식장에서 발견된 겁니다.

강남경찰서는 14일 A 경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허가 없이 영리활동을 하면 징계 대상이 됩니다. A 경사는 청문감사관실에 “운동하면서 만난 지인과 함께 투자했고, 지난해까지만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번식장 사건에 대한 수사가 끝난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건을 직접 수사 중인 화성서부경찰서도 A 경사가 번식장 운영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한 뒤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Kk9 레스큐 김현유 대표는 “이번 사건은 투자금을 모집해 ‘공장식 생산'을 도모한 신종 금융범죄"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찰 관계자가 이런 번식장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공직자로서 윤리의식이 마비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경찰이 연루된 사건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지만, 사실이 전부 공개됐으니 경찰도 엄정하게 대처하리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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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