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4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의 과거 '막말'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초대 악마 노무현"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건 시간문제" 등의 발언뿐 아니라 극우적 이념 성향의 신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적절하지 않다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어두운 과거로 되돌려 끌고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인사를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특히 신 후보자를 향해 "촛불혁명을 반역이라 말하고, 문 대통령을 향해선 정상적 사고로는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던 인사"라며 "이미 역사적 평가와 헌법적 판단이 내려진 사실조차 부정하는 위험한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신 후보자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최초로 제기하고 적극 주도한 인물"이라며 "이런 자가 국방부 장관이 되면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들을 정치적 목적에 동원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우 친위내각'으로 철옹성을 세우려는 것을 멈추라"고 했다.
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다소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국방위 소속 기동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신 후보자가 과거 보여준 극우적 언사에 비춰볼 때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것이 우려된다"며 "신 후보자의 발언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반헌법적 인사가 국방부 장관에 임명돼선 안 된다"고 지도부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반면 한 민주당 의원은 "신 후보자가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다"라며 "편향된 시각을 갖고 국무위원 활동을 할 수 없으니 이제는 그런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 자연인으로 한 말이 낙마 사유가 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방위에서 지도부와 결이 다른 반응이 나오는 배경에는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현역 의원 출신 국무위원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는 '현역 불패' 관행이 있다. 역대 정부도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을 피하기 위해 현역 의원을 발탁해 왔다. 아울러 신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국방위 소속으로 활동해 왔고, 현재 국민의힘 간사로서 국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과의 교분도 원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 탄핵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충분한 탄핵 사유가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있지만, 최근 북러 정상회담,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안보에 대한 국민 우려가 있을 수 있어 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원내 지도부에 이 장관 탄핵 시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앞서 탄핵소추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은 다르다"며 "국방부 장관 궐위는 길어지면 안 된다는 게 당내 여론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