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북러 간 노골적 군사협력, 더 강력한 대응 직면할 것"

입력
2023.09.14 15:06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의 군사 협력과 무기 거래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러시아와 북한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불법 무도한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 장관은 14일 서울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러시아 국방장관의 (7월 말) 방북 이후 북러 간 동향, 김정은의 최근 수차례 군수공장 시찰, 이번 정상회담 수행원의 면면, 러시아의 북한 인공위성 개발지원 시사를 종합하면 양측은 모종의 군사적 거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여주기식 남북관계 추구하지 않아"

전날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선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 장관은 "북러 양국 간의 군사 협력은 과거보다 더 고도화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북한은 미중 전략경쟁과 진영 간 대립구도에 기회주의적으로 편승해 핵과 미사일 능력을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러가 노골적으로 군사 분야 협력을 논의하는 것은 명백하게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에게 말한 것처럼, 결국 북한은 핵 개발에 매달릴수록 한미일의 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장관은 통일 비전에 대해서는 "기존 통일 논의는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명확히 보여주지 못했다"고 전제한 뒤 "통일 자체에 집중할 게 아니라 무엇을 위한 통일이냐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성명에 포함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비전이 한반도 자유통일 담론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기점이 됐다고 평가하고, 북한을 향해선 '담대한 구상'에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 협력에 열린 입장이란 원칙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단기적 성과나 보여주기식 남북관계는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딸 내세워 국제사회 비판 회피… 세습 피력 의도도"

김 장관은 북한이 지난해 11월부터 김 위원장의 딸 주애를 공개 석상에 자주 노출하는 배경에 대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이어가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데, 딸을 내세워 관심을 돌리기 위한 고도의 선전활동으로 본다"며 "대내외적으로 세습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미일 공조에 대응한 북중러 결속 강화 관측에 대해 "잘못된 비교"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지금 러시아는 단지 포탄이 필요했을 뿐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에 뭘 기대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북러 협력에서 발을 빼고 있는 모습도 북중러 연대의 협력 강도가 얼마나 빈약한지 보여준다"며 냉전 시대와 같은 시각이 현 상황에 맞지 않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한미일 협력 체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선 도쿄나 워싱턴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