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갑자기 숨진 서울대공원 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시베리아 호랑이 '수호'(10세)의 사망원인이 심장질환과 열사병으로 밝혀졌다. 수호의 사망 당시 호랑이 관련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폭염 속 수호가 방치돼 숨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관련기사: 폭염 속 방치 탓? 서울대공원 호랑이 1년새 세번째 사망)
서울대공원은 지난 11일 국내 수의과대학에 의뢰한 조직병리학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상 소견은 ①심장질환(심근 섬유증) ②폐, 간, 비장, 신장의 충혈 및 출혈 ③소장 점막 섬유증 및 염증 등 세 가지였다. 서울대공원 측은 "시베리아호랑이의 폐사 원인은 심장질환(심근 섬유증)과 이로 인한 무기력 상태에서 고온 노출에 따른 열사병이 동반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호랑이를 비롯한 모든 동물에 대해 보다 세심하게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온라인 카페 등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상 소견이라 설명한 증상들은 열사병에 따른 것으로, 열사병으로 사망한 것을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심장에 질환이 있었다고 한다면 더운 날씨에 방사한 것도 불찰이자 관리 소홀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 측은 심근 섬유증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 질환으로, 열사병으로 인한 증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장기 충혈과 출혈은 열사병으로 인한 것으로 봤다. 여용구 서울대 종보전연구실장은 "부검 결과 장기간에 걸쳐 심장 근육이 다른 조직으로 바뀌었음을 확인했다"며 "심장질환을 앓던 와중에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움직이지 못하거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폭염으로 열사병이 동반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심장질환을 미리 파악할 수는 없었을까. 야생동물의 특성상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여 실장은 "수호에게서 평소 질병 관련 증상이 관찰됐다면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하거나 치료를 시도했을 텐데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고 전했다. 숨진 당일에도 영역표시를 하는가 하면 좋아하는 자리에 누워 털 고르기를 하는 등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심장질환을 진단하려면 초음파나 컴퓨터 단층촬영(CT) 등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마취가 필요하다"며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는 상황에서 야생동물에게 쉽게 할 수 있는 조치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 실장은 또 폭염 당시 내실 문을 열어놓지 않은 것과 관련 "위기 시 꼭 필요한 호랑이의 입방사 훈련의 일환으로 닫아놓은 것"이라며 "방사장에 그늘이나 물웅덩이 등을 갖추고 있어 호랑이는 오히려 내실보다 외부를 선호할 것이라 내실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