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자막 달고, 불법 사이트 실시간 단속...넷플릭스에 밀린 K콘텐츠 살리기 나섰다

입력
2023.09.12 15:00
14면
넷플릭스·디즈니가 휩쓸고 있는 K미디어
토종 콘텐츠 업계 한계, '미디어 하청기지' 우려
글로벌 OTT와의 경쟁 도울 AI 기술 개발 나서


정부가 넷플릭스 등 해외 경쟁 회사들과 비교해 자본력과 기술 수준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도우려 팔을 걷어붙였다. 콘텐츠 해외 수출에 필요한 자막을 만들고 '누누티비' 같은 불법 사이트를 실시간 적발하기 위한 다양한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중소 미디어 제작사들도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버추얼 프로덕션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이종호 장관 주재로 개최된 제16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이 같은 미디어 지원책을 발표했다.



자본력과 기술 갖춘 해외 OTT는 발 빠르게 AI 적용


넷플릭스에 이어 '무빙'의 인기를 등에 업은 디즈니플러스까지 최근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존재 자체를 두고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들 글로벌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들은 이용자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활용해 킬러 콘텐츠를 만들거나 개인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추천하는 등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아직은 기술이나 인력 면에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또 글로벌 OTT와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적자가 쌓여가고 AI를 비롯한 신기술에 대한 투자 여력도 모자라다.

정부가 나서서 미디어 AI 관련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응용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①번역 · 자막 · 더빙에 AI를 접목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도록 기술을 개발, 이용을 돕고 ②소량의 이용자 데이터로부터 스스로 그 수를 늘리는 이용자 데이터 자가 증식 기술과 실시간 방송 외에 스마트폰·태블릿 등을 통한 시청 데이터와 통계 데이터 등을 결합하는 기술을 만든다. ③불법 사이트인 누누티비를 차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저작권 침해 의심 사이트를 자동으로 찾고 대응하는 자동 탐지·채증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④현재 해외 기업이나 일부 대기업 위주로 이용하고 있는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중소 미디어·제작사도 손쉽게 쓸 수 있게 중대형 스튜디오를 구축한다. ⑤기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년 동안 약 1,500여 명 규모의 미디어 분야 AI·디지털 전문 기술 인재를 양성한다.



"실제 서비스에 도입하기 위해선 높은 완성도 필요"


미디어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지원책이 실질적으로 제작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OTT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연구하고 있는 게 자막이나 더빙 생성 기술인 만큼 정부에서 지원해 줄 경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완성도 높은 기술이 나와야 실제 서비스에 도입할 수 있는 만큼 지원과 관심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호 장관은 "앞으로 몇 년이 골든 타임인 만큼 혁신을 통해 아시아, 나아가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미디어와 콘텐츠의 AI 접목과 디지털 전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