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재씨는 올해 3월까지 서울 강남구 S아파트에서 경비대장으로 일했다. 경비업체는 1년 근로계약을 임의적으로 3개월로 바꿨고, 관리소장의 갑질은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불리한 근로 조건에 화가 나, 동료들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갑질 피해를 당한 동료 경비원이 투신 사망했다. 충격을 받은 이씨는 사직 의사를 철회했고 사직서도 내지 않았다. 대신 관리소장의 갑질에 항의하는 집회를 주도해 열었다. 그러자 보름 만인 3월 31일 해고(근로계약 갱신 거절)됐다.
경비업체 측은 나중에 철회했더라도 이씨가 “그만두겠다”고 말한 적이 있으니 사직 의사가 있다는 이유를 댔다. S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들을 부추겨 집단행동을 해 경비업무를 벗어난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그의 교체를 요청한 것도 작용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S아파트 주민들에게 불신임을 받아 이후 직무가 정지됐다.
과연 이런 해고는 정당할까.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서울지방노동위는 지난 7월 이씨가 S아파트 경비 용역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기대권이 존재하지만, 근로계약 만료 전에 사직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정했다.
이씨는 이 결정에 반발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씨를 대리하는 이오표 공인노무사는 “경비반장 사망 이후에 ‘사직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의사를 표시했고, 사직서도 안 냈다”며 “주도적으로 사망 사고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본질과 별도의 내용을 가지고 경비원들 중에서 유일하게 계약 거절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 등은 중노위에 제출한 재심이유서에서 “경비업체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장과 공모하여 경비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씨를 해고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초심 판정은 채증법칙 위반과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기에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