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원보다 더하다".. '동물 생지옥' 정체는 허가 번식장?

입력
2023.09.11 09:00



AI앵커가 전해드립니다. ‘이번주 동물 이슈’ 시작합니다.

한때 ‘동물 지옥’이라고 불린 곳이 있었습니다. 보호소를 자처했지만, 동물들을 방치해 학대 논란을 빚은 ‘애린원’입니다. 이번에는 애린원보다 더 많은 동물들이 학대당한 곳이 적발됐습니다. 임신한 어미개의 배를 커터칼로 가른 뒤, 새끼를 꺼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곳은 정식 허가를 받은 번식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번식장 주인은 투자자를 모집해 수익을 분배하는 새로운 영업 수법까지 동원했습니다.

지난 2일, 동물권행동 ‘카라’, ‘위액트’ 등 21개 동물보호단체와 경기도는, 화성시의 한 번식장에서 약 1,400마리 개들을 구조했습니다. 1,400마리라는 숫자는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동물학대 사건입니다. 카라의 김현지 정책실장은 “애린원도 구조된 동물들이 1,200마리 정도”라며 “이번 현장은 그보다 더 심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번식장 측은 당초 400마리만 사육하겠다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단속이 거의 없는 허점을 틈타 사육 개체수를 늘렸습니다. 개체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사업을 확장하듯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자에게 어미개의 소유권을 분양 명목으로 주고, 태어난 강아지들의 판매 수익을 투자 비율에 맞춰 분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앞뒤 안 가리고 수익만 노린 대규모 번식의 결과는 동물학대였습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개를 15마리씩 몰아넣거나, 사육장을 3단으로 쌓은 광경이 목격됐습니다. 임신한 어미개의 배를 가른 뒤 새끼를 뺀 불법 수술 흔적도 확인됐습니다. 가혹한 학대 끝에 죽은 개들의 사체는 냉동고에 은닉돼 있었습니다.

동물단체들은 경기도에 이 사실을 알리고 긴급격리조치를 요청했습니다. 현장에 나타난 경기도 관계자들은 번식장 주인으로부터 소유권 포기를 받아냈습니다. 번식장 밖으로 나온 개들은 경기도가 730마리를 직접 책임지고, 나머지 670마리는 동물단체들이 보호하기로 결정됐습니다.

구조된 개들은 건강 검진을 받고 있습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개체관리카드를 작성한 뒤, 동물등록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개체수가 많아서 빠르면 9월 말에나 완료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구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동물단체들과 지자체는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화성시는 해당 번식장에 15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또한 동물보호법과 수의사법 위반 혐의로 번식장 주인을 경찰에 고발조치했습니다.

카라는 번식장 주인이 투자자를 모집한 행위에 대해, 추가 고발을 검토 중입니다. 카라 김현지 실장은 “이런 편법 운영이 더 자리 잡기 전에 뿌리 뽑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애린원과 양평 동물 학살 사건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동물학대 사건이 터진 이유로 동물단체들은 ‘소비 수요’를 지적합니다. 김 실장은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동물을 돈벌이로만 보는 사업자는 계속 나올 것”이라며 “지금 상황이라면 또 다른 동물 지옥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리 = 동그람이 정진욱 8leonardo8@naver.com
사진 및 영상 = 동물권행동 카라, 위액트, 라이프 인스타그램, 동물자유연대, 경기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