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깜짝 방문한 이복현... 무슨 얘기 오갔나

입력
2023.09.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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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중국 금관총국 국장 만나
금융범죄 규명 등 현안 교류·협력 약속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횡령이 이뤄진 펀드 자금과 대규모 외화 송금 등 국내에서 발생한 금융범죄의 목적지로 중국이 부각되면서, 이 원장이 직접 중국 금융당국에 협조를 요청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7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달 3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 리원저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금관총국) 국장과 랴오린 중국공상은행 은행장 등을 만났다. 당시 금감원 임원은 동행하지 않았고 실무자와 통역가만 동석했다. 금감원장의 중국 방문은 2017년 7월 이후 6년 만이다.

이 원장의 방중은 금관총국 출범을 축하하는 목적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3월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위)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투자자 보호 기능을 통합해 금관총국을 설립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보감위와 교류를 이어왔던 우리 측이 설립 축하를 겸해 만남을 제안하자 금관총국이 빠르게 화답하면서 방문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과 리 국장은 향후 금융 관련 이슈에 대해 긴밀히 협력·교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도 한중 금융당국 수장이 양국의 경제 및 금융 상황과 은행·보험업 협력, 금융감독 현안에 대해 우호적으로 교류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금융당국에 금융범죄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13개 금융사에서 122억 달러(약 16조3,000억 원)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을 적발했으나, 중국으로 흘러간 돈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해외로 빼돌린 자금을 추적하는 데도 중국 당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중국 매체 보도 전까지 이 원장 방중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건이 불거졌던 5월 이 원장이 해외 출장으로 국회 정무위원회에 불참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던 것을 의식하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한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이 물밑에서 조용하게 방중이 추진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의 중국 방문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던 금감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금융산업 국제화 지원과 글로벌 금융감독 현안 논의를 위해 이 원장이 오는 10~15일 스위스, 영국, 독일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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