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 때 같은 택시 안 타면 불법?"… 해상택시 이용객 느는데 규제는 제자리

입력
2023.09.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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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해상택시 이용객 2년 새 4배 급증
부산, 충남 보령 등 지자체들 도입 검토 
아직도 근거 법령 없는 탓, 활성화 한계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한 승객에게 돌아올 때도 반드시 같은 택시를 이용하라고 말하면 어떨까. 황당한 소리 같지만 바다에서는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현행법상 해상택시는 편도 이용이 불가능해서다. 해상택시 이용객이 점점 늘고 있지만 ‘손톱 밑 가시’처럼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여전해 해양관광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경남도와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은 2013년부터 전국 최초로 통영에서 해상택시를 운영 중이다.

해상택시는 육상택시와 마찬가지로 출발시간이나 선착장 등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승ㆍ하차가 가능하도록 한 교통수단이다. 일반 배를 타면 하루 한 곳도 다녀오기 힘든 섬도 해상택시를 이용하면 3, 4곳은 돌아볼 수 있다. 편리하단 입소문이 퍼지며 통영 해상택시 이용객은 2021년 4,000여 명에서 지난해 1만7,000여 명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최근 해상택시로 통영 한산도와 욕지도를 둘러 본 강진영(47)씨는 “섬에 드나드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이에 바다나 강을 끼고 있는 지자체 가운데 해상택시 도입을 추진하는 곳도 늘고 있다. 부산은 내년 말부터 친환경 자율운항 해상택시를 띄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고, 충남 보령시도 운영 위탁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해상택시 도입을 검토한 지자체만 해도 인천을 비롯해 경남 창원ㆍ사천시, 전남 여수시ㆍ신안군, 강원 춘천시 등 10여 곳에 이른다. 해외에선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비롯해 호주 시드니,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이 다양한 형태의 해상택시를 운항 중이다. 미국 글로벌 시장조사기업인 마켓리서치퓨처(MRFR)는 7월 보고서에서 2022년 2,227억 달러(약 297조 원) 규모인 세계 해상택시 시장이 10년 뒤 2,813억 달러(약 375조 원)까지 성장할 거라 전망했다.

그러나 해상택시를 직접 관장하는 법령이 아직 없어 고객 맞춤형 운행이 어렵다는 현장 불만이 적잖다.

국내 해상 여객운송 관련법에는 해운법과 유선(관광용 선박) 및 도선(사람ㆍ물자 운송 목적 선박) 사업법이 있다. 해운법은 탑승 정원이 13인 이상인 선박에 적용되고, 유도선법은 지정된 항로를 운항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매표소, 화장실, 비상 구조선 등 부대시설 규정도 까다롭다.

이에 해상택시는 고육지책으로 2015년 마리나항만법 개정 당시 신설된 마리나 선박 대여업에 근거를 두고 있다. 쉽게 말해 레저 활동으로 즐기는 제트스키나 바나나보트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레저 목적이라 고객을 도착지에 내려주고 오는 건 불법이다. 반드시 다시 태우고 돌아와야 한다. 조경웅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 기획행정국장은 “주변 해상택시를 실시간 검색해 탈 수 있도록 하면 경제적이고 편리할 텐데 규제에 막혀 있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마리나 선박 대여업으론 교통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단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로는 대중교통처럼 이용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정부가 유도선 등 관련업계 눈치를 보느라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란 주장도 한다. 노창균 목포해양대학교 해사대학 해상운송학부 교수는 “섬에 대한 관광객들의 접근성과 도서민의 교통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진일보한 여객운송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공론화 등을 통해 해상택시에 대한 발전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관리ㆍ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통영=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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