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21년 5월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돈봉투가 살포된 과정을 송영길 전 대표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이 파일에는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의 실명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 김정곤 김미경 허경무)는 5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강 전 위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5월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윤관석·이성만 의원(당시 민주당 소속) 등과 공모해 당내에 총 9,400만 원을 살포하게 한 혐의로 5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돈봉투 의혹'의 또 다른 핵심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 전 위원이 나눈 통화 녹취를 법정에서 재생했다. 2021년 4월 10일 녹음파일에는 강 전 위원이 이 전 부총장과 통화하며 "내가 성만이 형이 연결해 줘서 그거 좀 나눠줬다고 영길이 형한테 말했어. '성만이 형이 준비해 준 것 갖고 인사했다'고 하니 '잘했네'라고 하더라"고 말한 부분이 공개됐다. 검찰은 "강 전 위원이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지역 본부장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한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돈봉투 살포를 함께 기획한 것으로 지목된 윤관석 의원과 이 전 부총장의 통화도 공개됐다. 윤 의원은 녹음파일에서 "아침 회의에는 김남국, 윤재갑 등 4명 정도가 못 나왔어"라고 말했고, 이 전 부총장은 "오빠, 거긴 해야 해, 호남은 해야 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받은 3,000만 원을 현역 의원들에게 전달한 뒤 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송영길 당시 경선캠프 핵심 인사들의 모임인 '기획회의'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명단도 일부 공개했다. 녹취에 따르면 강 전 위원은 이 전 부총장과 통화하면서 "윤관석, 임종성, 이성만, 허종식, 이용빈 정도만 딱 넣어서"라며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 공유합니다"라고 언급했다. 검찰은 2021년 4월 26일 열린 기획회의에서 의원들에 대한 돈봉투 살포 계획이 확정됐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19일 다음 공판을 열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한 강 전 위원 측 의견을 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