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 개항을 목표로 30%가량 공사가 진행된 울릉공항의 설계를 변경하기로 했다. 국내에 한 대도 없는 50인승 소형 항공기만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된 탓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돌고 돌아 13년 전 예비타당성 조사가 부결된 최초안으로 되돌아간다. 공항 정책이 이렇게 주먹구구라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울릉공항 기본계획은 2010년 처음 만들어졌다. 활주로 길이 1,200m, 활주로 양쪽 안전구역인 착륙대 폭 150m 규모였다. 경제성이 없어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하자 3년 뒤 길이를 100m 줄이고 폭은 절반가량(80m)으로 확 축소했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로 길이는 다시 1,200m로 복원(2015년)됐고, 폭도 140m로 확대(2019년)됐다. 당초 4,932억 원이던 총사업비는 야금야금 불어나 7,688억 원이 됐다.
이번에 또다시 설계 변경에 나선 것은 기존 계획안이 항공시장 상황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아서다. 5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건설 중인데, 국내에선 단 한 대도 보유하지 않은 기종이다.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를 보유하면 면허 없이 등록만으로 항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이유로 유령 공항을 지어온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폭을 140m에서 150m로 소폭 확장하겠다고 한다. 활주로 길이 1,200m, 폭 150m이던 2010년 기본계획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다. 내용 면에서는 오히려 후퇴한다. 현재는 시야가 나쁠 때 항행 시설 도움을 받는 계기활주로인데, 비용 절감을 위해 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보고 시계비행을 하는 비계기활주로로 바뀐다. 변덕 심한 섬 날씨를 고려하면 결항 비율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 전국 15곳 공항 중 11곳은 만성적자다. 여기에 울릉공항을 비롯해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가덕도공항 등 9개가 추가로 건설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다른 공항들에서도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 그러니 적자공항만 더 늘어날 거란 우려가 커진다. 공항 정책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