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애플·엔비디아까지 투자 나선 이 회사...美 증시 슈퍼스타 되나

입력
2023.09.04 21:00
영국 반도체 설계 자산회사 ARM
빅테크 기업 투자하면서 지분 확보
안정적으로 IP 확보 위한 결정


누구나 이 기업의 기술을 활용하지만, 아무도 소유할 수 없는 기업으로 유명한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이 기업공개(IPO)를 앞두면서 투자자와 기업 평가가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회사는 2021년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의 상장 이후 뉴욕 증시에서 최대어로 평가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ARM은 13일 공모가를 결정한 뒤 14일 나스닥에 상장해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미 ARM이 △삼성전자 △애플 △엔비디아 △인텔 △알파벳 △AMD △케이던스 디자인 △시놉시스 등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ARM의 IPO에 2,500만 달러(약 330억 원)에서 1억 달러(약 1,320억 원)를 각각 투자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바일 핵심 칩 90% ARM 기술 활용, 엔비디아도 노린 기업


전 세계 빅테크 공룡들이 ARM IPO에 참여하는 이유는 그만큼 모바일 반도체 시장에서 ARM의 존재감이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1978년 영국에서 설립된 ARM은 반도체 설계자산(IP)을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드는 회사에 팔아 로열티를 받는 회사다. 전 세계 출시 스마트폰 AP 중 90%가 ARM의 IP 기반에 제작된다. 사실상 독점 구조다.

이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 달러(약 42조2,000억 원)에 ARM을 인수했다. 당시 그는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경영상 어려움에 빠지자 손 회장은 2020년 9월 ARM을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약 52조7,200억 원)에 팔기로 합의했다. 이러자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모바일 시장까지 석권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터져 나왔다. 이에 유럽연합(EU), 영국 등의 경쟁 당국은 독과점 이슈를 들어 매각을 반대, 결국 무산됐다.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ARM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결국 소프트뱅크는 투자금 회수 방법으로 IPO를 결정했다.

한 기업이 ARM을 인수할 수 없게 된 시점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IP를 공급받기 위해 ARM 지분 획득에 참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특정 경쟁사가 더 많은 ARM 지분을 확보해 ARM의 경영을 흔드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운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모바일 중심 사업 구조…"기업 가치 기대 이하" 가능성


다만 최근 AI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거워지는 만큼 모바일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가진 ARM은 당초 기대보다 낮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고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더해진다.

로이터통신은 ARM이 조만간 투자자들에게 주당 47∼51달러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ARM의 전체 기업 평가 가치는 500억∼540억 달러(약 66조∼71조3,000억 원) 수준이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최근 자체 조성한 '비전펀드1'의 ARM 지분 평가 가치(640억 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손 회장이 2016년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5년 안에 (ARM의 기업 가치가) 다섯 배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한 것 대비 30% 수준에 그쳤다.

투자자문사인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 재팬의 커크 부드리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오픈AI가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도구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달아올랐고 이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이 이끌었다"면서 "ARM은 사실 이것(AI)과 관련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