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또 불황형 흑자...수출 11개월째 감소

입력
2023.09.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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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2023년 8월 수출입동향' 발표 
수출 11개월째 감소…수입도 줄어 흑자 
수출 감소 폭 완화돼 수출액 8.4% 줄어


6월부터 흑자였던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지난달(8월)에도 흑자를 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 부진과 경기 불황으로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4% 줄어들면서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8.4% 감소한 518억7,000만 달러, 수입은 22.8% 감소한 510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6월에 이어 3개월 연속 흑자(8억7,000만 달러)를 냈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면서 생긴 불황형 흑자다.

품목별로는 자동차(29%), 선박(35%), 가전(12%), 일반기계(8%), 자동차부품(6%), 디스플레이(4%) 등 6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21%), 석유제품(-35%), 석유화학(-12%), 철강(-10%) 등은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수출액이 크게 줄었다.

지역별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은 각각 2%, 3% 오르는 등 자동차와 일반기계 실적에 힘입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20%), 아세안(-11%) 지역은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과 이들 국가의 수출 부진으로 인한 중간재 수입 감소 여파 등으로 수출이 줄었다. 다만 중국 경기 위축 상황에서 대중국 무역수지는 11억9,000만 달러로 3월(27억1,000만 달러) 이후 좋아지고 있다.



수출 감소율 8.4%로 둔화…7월(-16.4%)보다 개선


8월 무역수지는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줄어 이윤이 나는 불황형 흑자지만 수출 감소율은 7월(-16.4%)에 비해 지난달 8.4%로 나아지면서 "수출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가 역대 8월 실적 중 최고치를 찍으며 지난해 7월부터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 플러스를 보였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반도체의 8월 수출액은 107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 줄어 13개월 연속 감소했다. 다만 전월인 7월(74억 달러)에 비해서는 15% 증가한 86억 달러를 기록해 1분기 저점을 찍은 이후 개선 흐름을 보였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수출 물량은 회복 중이지만 단가는 여전히 감소세"라며 "(하지만) 4분기 반도체 수출 상황이 대체로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날 "하계휴가 등 계절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일반기계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와 반도체 수출 개선세에 힘입어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며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인 수출 확대를 위해 민관이 함께 첨단 산업과 주력 산업 경쟁력 강화에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기가 바닥을 다지면서 회복하기 시작하는 초입 단계로 갈수록 수출 성장 지표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 말대로 3, 4분기 수출 회복세로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수출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증가세로 돌아선다 해도 기저 효과를 봤을 뿐 전체 수출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보기 힘들 것"이라며 "주요 반도체 수출 시장에서 중국이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R&D) 투자 등으로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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