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누락, 농지법 위반… 검증의 쟁점 된 이균용의 '72억' 재산

입력
2023.08.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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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몰라" 비상장주식 신고 3년 누락
농지법 위반엔 "실제론 잡종지" 해명했지만
법원 판례는 "서류상 농지면 농지로 봐야"

본격적인 국회 청문 절차 준비에 들어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이 국회 검증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 이 후보자는 "법 위반이 없다"거나 "단순 착오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으나, 해명이 적절치 않다거나 설명 논리가 법원 판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 측은 전날 국회에 임명동의안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서 "그동안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일부 주식 보유 사실을 누락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2000년부터 처가가 운영하는 회사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했는데, 2020년 관련 법 개정에 따라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3년간 신고를 빠트렸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와 가족이 보유한 해당 주식 평가액은 약 10억 원에 이른다.

신고 누락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처가의 재산 문제여서 잊고 지냈고, 취득한 지 20년이 지나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바뀌었다는 점 등을 모르고 있었다"며 "뒤늦게나마 관련 세부적 규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번 서류에는 자진해서 포함시켰다"고 해명했다. 또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기 전에 이 주식에 대한 직무관련성 심사청구도 해뒀다"며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의혹도 있다. 이 후보자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1987년 장인 등과 함께 부산에서 농지를 사들였는데, 이게 농지법 위반 의심을 받고 있다. 직접 농사를 짓는 농업인만이 농지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깼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등기상으론 논이지만) 취득 당시 이 땅은 현황상(실제로는) 잡종지(다른 지목에 속하지 않는 토지)였고, 그 후에도 장인이 사업부지로 활용했기에 농지 관련 법령 위반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류상으로만 농지였을 뿐 실질적으로 농지가 아니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해명이 정작 대법원 판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인 임영환 변호사는 "현황상 농지라는 개념은 서류상 농지가 아니어도 실질적으로 농지면 농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차원이지, 이 후보자처럼 반대로 적용하라고 있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006년 대법원은 "농지법상 농지였던 토지가 현실적으로 다른 용도로 이용되더라도,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중략) 여전히 농지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이 후보자는 서울 용산구에서 보유한 아파트 가격을 9년간 11억 원대로 신고해 실거래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과거 배우자가 부친에게 토지를 '증여'받고도 '매매'로 신고했던 사실이 드러나 증여세 회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전날 제출한 임명동의안 자료에서 당시 배우자와 두 자녀의 재산을 합쳐 약 72억 원을 신고했다. 이는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이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