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일군 '치악산' 브랜드 어쩔 거냐"… 스님 이어 농민들도 영화 개봉 반대

입력
2023.08.2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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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검색하면 벌써 괴담, 사건 나와
청정 이미지ㆍ농산물 브랜드 가치 훼손"

토막 살인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치악산’ 개봉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자체와 불교 신도들에 이어 지역 농업인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강원 원주시 농업인단체연합회는 29일 원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주시와 국립공원의 청정한 이미지와 치악산 농특산물 브랜드를 심각하게 훼손할 영화 치악산 개봉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영화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지면 농산물 판매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연합회는 “벌써 포털사이트에 치악산을 검색하면 괴담, 사건, 토막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나온다”며 “치악산이라는 지명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거라면, 농민이 일궈놓은 농산물 브랜드가 피해를 보는 건 왜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인지 답을 듣고 싶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치악산은 의문의 토막 시신이 발견됐다는 치악산의 한 산장을 방문한 동아리 회원들에게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내달 13일 개봉 예정으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제작사 측은 31일 언론시사회를 갖는다.

앞서 원주시도 제목을 바꾸고 치악산이 등장하는 대사를 수정해 달라는 요청을 제작사가 거절하자 전날인 28일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립공원 치악산에 자리한 사찰인 구룡사 신도들도 영화 개봉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관광업계의 단체행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제작사는 제목을 변경하고, 치악산 대사를 모두 삭제하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 연결이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작사 측은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고 실제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는 문구를 엔딩 크레디트에 넣었다”며 “원주시와 지역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주=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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