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못 버린 물건들
은희경 지음. 등단 28년 차이자 '현재적 작가' 은희경이 12년 만에 낸 산문집.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채널예스에 연재한 '은희경의 물건들' 원고를 매만져 묶었다. 술잔, 감자 칼, 구둣주걱 등 지나간 시간의 기록이 된, 쉽게 버릴 수 없는 물건들에 대한 글 스물네 편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담았다. 유머러스한 문장 속에서 삶을 슬며시 비켜 바라보는 용기를 찾게 된다. 난다·248쪽·1만7,800원
△소설의 첫 만남: 마주침 세트
구병모, 남유하, 천선란 지음. ZQ 외 그림. 풍성한 일러스트를 더해 독서의 부담을 줄인 단편소설 시리즈. 올해는 '마주침'을 주제로, 다가올 미래의 낯선 존재와 마주치며 경험하는 다양한 고민과 성장 서사를 담은 3권을 묶었다. 그중 천선란의 '노을 건너기'는 우주 비행사 공효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으로, 자신의 과거를 안아 주고 싶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창비·각 88, 88, 72쪽·각 1만 원
△오늘은 진행이 빠르다
김명인 지음. 5년 만에 선보이는 시인의 열세 번째 시집. 그동안 발표한 55편의 신작 시를 묶었다. 1973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의 작품 세계에는 바다와 길, 그리고 시간이 얼크러져 만들어진 형이상학적 질문이 가득하다. 시에는 물리적 공간이자 의식의 바탕에 그어진 저지선의 의미로 '둘레'가 수없이 등장한다. 시인은 둘레를 따라 과거 회상 속에 현재의 질문을 던져 넣으며, 고통의 이면에서 아름다움을 키워 나간다. 문학과지성사·112쪽·1만2,000원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단요 지음. 사람들 머리 위에 수레바퀴 모양의 원판이 생기면서 변해버린 세상을 르포 형식 소설로 그렸다.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이 원판은 정의를 상징하는 청색과 부덕을 상징하는 적색 영역으로 이분된다. 삶의 행적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며, 청색 비율이 높을수록 사후 천국에 갈 확률도 높아진다. 스스로 원판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를 통해 끊임없이 비교하고 평가하는 작금의 현실을 꼬집는다. 사계절·224쪽·1만5,000원
△네가 사라진 날
할런 코벤 지음. 부선희 옮김. 뉴욕 증권가에서 일하며 탄탄대로를 달려온 사이먼의 삶은 딸 페이지가 마약에 빠져 가출한 뒤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느 날 페이지의 남자친구 에런이 살해되고, 페이지가 흔적 없이 사라진다. 마약 중독, 연쇄 범죄 등 동시대의 이슈를 첨예하게 다루며 희망을 둘러싼 인간 본성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미국의 주요 미스터리 문학상인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을 모두 수상한 첫 번째 작가다. 비채·484쪽·1만8,500원
△라스트 젤리 샷
청예 지음. 인봇(인간과 흡사하거나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로봇) 삼 남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사회화 훈련을 위해 각각 가정으로 파견되지만 사고만 치다가 결국 윤리심판에 회부된다. 예술, 신앙, 가족에 대한 주제를 담은 삼 남매의 서사를 유머 있게 풀어냈다. 또한 인간 이상의 역량을 기대하면서도 인간성을 가지면 안 된다는 가치중립성의 모순을 블랙 코미디로 풍자한다. 김초엽, 천선란 등 SF 작가들을 발굴한 한국과학문학상 올해 장편 대상작. 허블·308쪽·1만6,800원
△먹방 말고 인증샷 말고 식사
정정희 글. 김우현 그림. 현대인의 음식 문화를 파헤치고 거대 식품 산업이 드리운 그늘을 알아본다. 유례없는 풍요 속에서 다이어트는 평생 과제가 되었고, 극단적으로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프로아나족이 등장하고 있다. 식량 생산량 증대를 위해 가난한 나라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무분별하게 환경을 파괴하기도 한다.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소비를 지향하는 음식 윤리에 대해 설명한다. 천개의바람·196쪽·1만4,000원
△비늘과 파편
김수진 지음. 맑고 새파란 한여름의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며 바다의 청량감을 만끽하던 주인공은 페트병 고리에 걸린 물고기를 쫓다가 바다 밑 이상한 힘에 이끌려 정신을 잃고 만다. 눈을 떴을 땐 어업 쓰레기에 휘감기고 비닐봉지에 휩싸인 채 죽어가는 바다 생물들의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생명의 근원인 바다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목격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고민해 본다. 노란상상·64쪽·1만6,800원
△그날 밤에
차정윤 지음. 모두가 잠든 어느 밤, 분수가 나오는 꿈을 꾼 아이는 이불이 노랗게 얼룩진 것을 확인한다.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책상에 숨겨 보려고 하고, 창밖에 버릴까 고민하기도 한다. 오렌지 주스를 엎었다고 말하기 위해 주방으로 간 아이는 형에게 들키고 말지만 형은 듬직하게 동생을 돕는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이야기를 간결한 색과 세세한 묘사로 담았다. 현암주니어·36쪽·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