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10월 예정된 보궐선거 출마 수순을 밟고 있다. 8ㆍ15 광복절 사면 직후인 18일 예비후보 등록을 한 데 이어 어제는 선거사무소까지 열었다. 유죄 확정 판결 3개월 만에 사면을 통해 본인의 귀책사유가 있는 선거에 재출마하는 자체가 법치주의를 형해화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라도 서둘러 무공천 방침을 공식화해, 논란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김 전 구청장은 올해 광복절 사면에서 가장 논란이 된 인사다. 검찰 수사관 시절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파견됐다가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해 주목받은 그는 지난 5월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법원은 “공익보다는 개인 비위를 덮기 위한 폭로로 의심된다”는 취지로 판단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불과 3개월 만에 그를 사면해 보선 출마의 길을 열어줬다. 법치를 강조하는 윤 정부가 스스로 법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셌으나, 여권에서는 그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하는 기류가 대세다.
사면 자체가 '윤심'이라는 명분까지 등에 업은 김 전 구청장도 자중하면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지만, 그런 길은 전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오히려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않으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혀,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당초 무공천에 무게가 실리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 전 구청장 공천을 둘러싼 찬반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수도권 위기론이 제기된 가운데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가 내년 4월 총선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도부 침묵도 길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김 전 구청장 공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사면은 면죄부가 아니라, 대통령의 정치적 행위나 다름없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등 위반으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 후보자 추천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당규 39조를 적용하는 것이 국민의힘이 택할 수 있는 정도(正道)이다. 또 그 길만이 40억 원 혈세를 써야 하는 강서구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