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꿈틀하는 한화오션에 들뜬 옥포…"개가 만원 물고 다닌다던 시절 또 오려나"

입력
2023.08.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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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옷 입은 거제 옥포조선소 일대 가보니


대우조선해양에 새 주인(한화그룹)도 생겼고 조선업도 살아난다니 연말엔 회식도 늘지 않을까요.
박현옥 경남 거제시 '일출횟집' 사장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서 2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해 온 박현옥(53)씨는 지역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했다. 지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던 옛 대우조선해양이 5월 새 옷 '한화오션'을 입은 뒤 수주 및 투자 소식들이 이어지면서다. 조선업 호황기던 2000년대 초반 옥포조선소에서만 4만 명 이상 일하다 불황기 절반으로 줄었는데 최근 사람들이 다시 거제로 들어오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졌다. 22일 만난 박씨는 "개가 지폐를 물고 다니더라는 옛 얘기가 다시 나오는 건 지역 상인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모처럼 희망찬 여름휴가…"명문 축구팀 몸 푸는 듯"




옥포조선소 일대엔 '한화오션 효과'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동네 상징물인 높이 100m, 폭 150m짜리 '골리앗 크레인' 4기에 한화 로고가 새겨졌고 옛 시가지인 옥포동엔 영업을 재개하는 노래방이 간판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문 여는 식당도 늘고 있다. 또 다른 상인 김모씨는 "조선소 휴가 기간(7월 31일~8월 15일) 동안 조선소는 도색(CI 교체) 작업을 했고 상인들도 손님(조선소 노동자들)을 맞으려 준비했다"고 했다. 그는 "이런 (희망찬) 여름휴가 분위기는 오랜만"이라며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축구팀 선수들이 몸 푸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들이 희망을 품게 된 건 조선업 흐름의 상승세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오션은 ①지난달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를 따내며 고부가가치 선박 산업을 앞세워 흑자 전환을 향해 뱃고동을 울렸고 ②최근까지 울산급 배치(Batch)-Ⅲ 호위함 5·6번함 건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③2조 원대 유상증자를 통한 그룹 차원 성장 로드맵이 알려지면서 방위산업 분야까지도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3, 4년 치 일감을 확보했고 경쟁국 중국보다 좋은 품질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갖춰 국내 조선업 호황기는 최소 10년은 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주주사와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특수선 부문에서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건조 역량을 확대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유상증자 결정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조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글로벌 LNG선 수요는 내년에도 양호할 것으로 보여 상선 부문의 매출액 증가 추세는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청노동자 안전·처우 문제 들여다보길"



업계에서는 ④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여름휴가 전 끝난 점도 호재로 꼽는다. 노사가 늘어나는 일감과 지연된 생산 공정을 앞당기기 위해 한 발씩 양보한 결과다.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을 사측은 기본급 8만8,000원 인상을 제시해 진통이 예고됐지만 △기본급 11만1,223원 인상 △근속수당 구간별 5,000원 인상 △격려금 300만 원 △조기 타결 특별휴가(8월 14일) 등의 조건으로 타결돼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에 고맙다"고 까지 했다.

하반기 인력 충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면서 조선소 내 분위기는 2000년대 들어 가장 희망적이라고 한다. 다만 조선소 내 약 80%를 차지하는 하청노동자 확보 및 처우 개선 문제는 남은 숙제다. 특히 지난해 여름 하청노동자 파업을 이끈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의 단식 농성으로 드러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은 한화오션 출범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이곳 하청노동자들 얘기다.

하청지회 관계자는 "조선업계 불황 때 옥포조선소를 떠나지 않은 숙련공에 대한 처우 개선은 뒷전"이라며 "한화오션 체제에서는 직고용을 줄이고 '프로젝트별 외주(아웃소싱)' 형태의 작업이 늘고 고용 구조에 따라 차별과 양극화가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물가상승률 대비) 실질 임금은 줄고 노동 강도는 높아진 데다 지난해 이후(한화오션 출범 전까지) 작업장에서 네 명이 숨져 위험의 외주화 걱정도 크다"라며 "한화가 이윤만 좇기보다 조선소 전반의 처우와 안전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제=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