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재계 6위 끌어올린 김석원 전 회장 별세에 각계 추모

입력
2023.08.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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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회장 취임해 쌍용그룹 전성기 이끌어
용평리조트 개발, 쌍용차 인수 등 공격적 경영 
외환위기 극복 못하고 그룹 해체 비운

쌍용그룹의 전성기를 일군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별세했다.

27일 성곡언론문화재단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전날 오전 3시쯤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8세.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고를 졸업한 후 미국 브랜다이스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유학 중이던 1970년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고 베트남전에도 10개월간 참전했다. 부친인 성곡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가 별세하며 1975년 30세의 나이에 쌍용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소규모 비누공장에서 출발한 쌍용그룹은 그때까지만 해도 레미콘 사업 등이 주력이었다. 김 전 회장은 그룹을 물려받은 뒤 중화학, 금융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그룹을 재계 6위까지 성장시켰다. 쌍용중공업, 쌍용종합건설을 세우고 효성증권을 인수했다. 1974년 용평 스키장을 만들어 리조트로 개발, 동계스포츠와 레저산업 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김 전 회장은 1986년 동아자동차를 인수해 자동차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1996년에는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 달성군 후보로 당선돼 정계에도 진출했으나 그룹이 위기에 빠지자 1998년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경영에 복귀했다.

이후 쌍용차 매각 등을 시도했지만 외환위기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쌍용그룹은 그해 채권단에 의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김 전 회장은 경영권이 박탈됐고 결국 그룹 해체를 지켜봐야 했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분식회계로 수십억 원의 회사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2005년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경영에서는 비운을 겪었지만 청소년, 교육, 언론 발전에는 남다른 발자취를 남겼다. 김 전 회장은 1982년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로 선출돼 스카우트 운동에 헌신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 직후 개최된 세계청소년캠프 본부장을 맡아 청소년 국제교류에도 기여했다. 2000년부터 2년간은 세계스카우트지원재단 의장직을 맡아 한국스카우트의 위상을 높였다. 부친이 설립한 국내 최초 언론문화재단인 성곡언론문화재단과 국민대를 운영하는 국민학원에 대한 지원도 계속했다.

유가족은 부인 박문순씨와 김지용(학교법인 국민학원 이사장) 지명(JJ푸드시스템 대표) 지태(태아산 부사장)씨 삼형제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르며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빈소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를 비롯해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 등의 근조 화환과 근조기로 채워졌다. 발인은 29일 오전이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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