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은 없었다. 북한이 지난 5월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 85일 만에 우주발사체를 다시 쐈지만 이번에도 우주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로켓 오작동 △안전성·신뢰성 부족 △정치적 조급함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1차 때와 비교해 일부 성능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실패를 인정하며 신속하게 10월 3차 발사를 예고했는데, 과연 성공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은 24일 '비상폭발체계 오류'를 발사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신형 위성 운반 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의 1계단(단계)과 2계단은 모두 정상 비행했으나 3계단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5월 2단 추진체 엔진 문제로 추락한 것과 달리 이번엔 1~3단 로켓이 모두 정상 작동했고, 마지막 위성 분리 전 단계에서 폭발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춰 '비행종단시스템'(FTS)이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FTS는 비행 발사체에 궤도 이탈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폭하거나 비행을 조기에 종료하는 역할을 한다. 자칫 다른 장소로 날아가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사체 정보가 적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반대로 지상과의 교신이 끊길 경우 폭발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 북한이 언급한 비상폭발체계와 다를 것 없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3단계 엔진의 이상으로 자동폭파장치가 작동해 폭파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물론 단순 시스템 오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북한 당국이 지상에서 폭발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도 자체 오작동으로 터졌다는 것이다.
로켓 엔진의 안정성과 신뢰성 부족도 폭발 원인으로 거론된다. 3단 로켓의 정상 작동을 운운한 북한의 주장은 실패 원인을 축소하려는 연막일 뿐, 1차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근본 원인인 엔진 이상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엔진의 안정성과 신뢰성 문제를 (1차 발사 후) 3개월 만에 해소하는 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일단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보도의 진위성 여부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분석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북한의 조급증이 자초한 실패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1차 발사 실패 당시 ‘가장 엄중한 결함’이라며 재도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압박과 정권 수립 75주년(9·9절)에 맞춰 기념비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초조함이 실패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적으로 준비가 됐다는 보고에 따라 판단을 한 것이겠지만, 정치적 타이밍으로 9·9절 이전까지 준비하라는 기본적 가이드라인은 있었을 것"이라며 "전체 구도상 시간에 쫓겨 조급하게 발사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번 발사에서 일부 기술 진전이 엿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엔진 3단 분리 성공과 함께 "사고의 원인이 계단별 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통상 1단 로켓은 강한 추력으로 우주발사체를 2단 로켓 분리 지점까지 끌어올린 뒤 분리되고, 이어 2단 로켓이 점화돼 위성체를 실은 3단 부분을 대기권 밖으로 밀어 올린다. 북한의 설명대로라면 이번 발사에서 위성이 대기권 밖까지 도달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이날 바로 3차 발사 시기를 10월이라고 공언했다. 1차 발사 때와 다른 점이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염두에 둔 시도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이번 발사 실패 원인을 이른 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번에는 선제적으로 언제 다시 쏘겠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일정을 얘기하진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문제점이) 수정 보완 가능한 부분이라는 점을 북한이 나름 자신 있게 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