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공포는 눈앞인데...백화점식 치안대책 나열한 정부

입력
2023.08.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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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묻지마 살인 등 최근 잇따르는 강력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명명하고,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의무경찰 재도입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 추진 등이 골자다. 하지만 부처 간 조율 및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이 대부분이라, 공포가 일상이 된 시민들에게 와닿는 대책인지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가 발표한 이상동기 범죄 대책은 크게 경찰 인력 증원과 처벌 및 정신질환자 관리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지난 4월 폐지된 의경 재도입 검토가 가장 눈에 띈다. 1982년 도입된 의경 제도는 병역 인력 감소 때문에 지난 정부 때부터 폐지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지난해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 내부적으로 부활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방부와 의견 조율을 진행 중인데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8,000여 명의 의경을 다시 뽑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폐지 명분이었던 병역 자원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부와의 의견 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질지 의문이다. 국방부와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제도 부활에 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전문성이 떨어져 실효적 대책이 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 도입 역시 엄벌주의 측면에서 검토될 수 있겠으나, 법 개정이 필요한 데다 사후적 조치라 범죄 예방 측면에서 효용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사법입원제도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부족으로 도입이 확정된다고 해도, 실행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일상의 안전을 원하는 국민들 중 정부 대책에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시민의 지팡이를 자처하지만, 14만 명 인력 중 현장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숫자는 일시점 3만 명 내외에 불과하다. 지금 국민들은 언제 실행될지 기약할 수 없는 대책만 나열하는 정부에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경찰 인력의 재배치를 비롯해 지자체와의 공조 방안 등 당장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그물망식 치안 대책을 정부는 조속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