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이 한국·일본을 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중국, 반드시 갚아줄 것"

입력
2023.08.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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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셴둥 중국 정법대 교수 인터뷰]
"중국, 내정간섭에 반드시 대응 조치 취할 것"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 모인 한국·미국·일본 정상들의 시선은 중국을 향했다. 3국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합의문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통해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중국이 '레드 라인'으로 설정한 대만 문제를 향해서도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며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한셴둥 중국 정법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23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미국이 한국·일본을 한데 묶어 중국을 견제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중국을 유일한 경쟁국으로 지목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 견제 전략 실현의 수단으로 한미일 정상회의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한미일의 안보 협력 강화를 두고 한 교수는 "중국의 북한·러시아와의 연대 강화를 자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북한은 3국 정상회의 직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뒤, 24일 발사를 감행했다.

한 교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한반도 문제를 연구해온 동북아 외교 전문가다. 최근 냉전 시대 이후 북미 관계를 분석한 책 '비대칭 게임: 미북 관계 30년'을 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대만 언급 등 내정간섭에 중국의 대응 조치 반드시 있을 것"

-한미일 정상회의서 가장 눈여겨본 부분은?

"한미일이 각 분야 협력을 '체계화'했다는 것이다. 정상급은 물론이고 국가안보보좌관, 외교·국방·산업장관 등의 회동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각 분야 고위급 소통 체계화로 한국·일본의 정책을 미국의 뜻과 일치시키는 게 용이해졌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미일 정상이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며 처음으로 '중국'을 거명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에서 '국제 질서를 재형성할 수 있는 능력과 의도를 지닌 유일한 경쟁자'로 중국을 지목하고, 중국과의 경쟁을 최우선 안보 의제로 못 박았다. 남중국해 문제는 한국·일본을 한데 묶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중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2002년 도출한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DOC)'을 통해 갈등 요인을 외교적으로 풀자는 데 합의했다. 반면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지 않은가."

-한미일 정상이 '양안 문제'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밝힌 것도 처음인데.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의 문제다. 한미일 정상은 정상회의에서 중국 내정의 문제를 거론한 것이고, 중국은 앞으로 반드시 미국 정치인 등에 대한 제재 같은 대응 조치를 할 것으로 본다."

"총선 앞두고 한국 보수권 '반중감정' 활용 우려"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체제가 가져올 결과는 무엇인가.

"이번 정상회의에선 한국·일본을 묶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목적성이 분명히 드러났다. 대만 문제를 포함해 중국 내정과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이 계속된다면, 중국이 북한·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해 이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중국은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전략에 호응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할 뿐이다. 중국 정부는 고위급 소통 강화를 통한 한중 관계의 '관리'를 원한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일방적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다. 우려되는 변수는 내년 4월 한국에서 총선이 실시된다는 것이다. 보수진영 정치인들이 (보수표 결집을 위해) 반(反)중국 감정을 의도적으로 부추겨 한중 관계가 개선될 여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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