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로 전기선을 없애 화재 위험을 최대한 낮춘 전력 배전반 기술이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됐다. 아파트, 빌딩, 공장 등에 설치되는 배전반은 건물에 들어오는 전력을 각 가정이나 사무실에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7년 설립된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 에스에이치이(SHE)는 배전반 내 복잡한 전기 연결선 대신 반도체와 디지털 회로 기판을 이용해 전력을 분배하는 전선 없는 디지털 배전반을 개발했다. 따라서 배전반의 오래된 전선 때문에 발생하는 전기 화재와 감전 사고 등을 크게 낮춰 정전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또 전선 교체에 필요한 유지 보수와 운용 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혁신적인 기술로 꼽힌다. 박원길 SHE 대표는 "아직까지 전선 없는 디지털 배전반은 해외에도 없다"며 "세계 전력장비 시장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라고 말했다.
배전반은 정전 사고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어난 전기 화재 1,356건 중 발생 원인 1위가 배전반 문제(494건, 36%)다. 배전반 내부에 각종 배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전선이 손상되고 먼지가 쌓이면 오작동 및 화재 원인이 된다. 심지어 고압 전력이 흐르는 배전반 내부의 전선을 교체하다가 감전당하는 인명 사고도 발생한다. 특히 냉방기를 많이 사용하는 여름이면 오래된 건물은 낡은 배전반이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정전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이 업체가 최초로 개발한 디지털 배전반은 반도체와 디지털 회로기판이 전선 역할을 대신한다. 따라서 전선이 낡아 발생하는 화재나 오작동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이를 유지보수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박 대표는 "배전반 내부에 보통 40가닥 이상의 전선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며 "이를 반도체와 디지털 회로로 대신한 디지털 융합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이 업체는 10건의 관련 특허를 등록 완료했다. 박 대표는 "반도체가 장착된 디지털 회로 설계와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특허 완료했다"며 "추가로 또 다른 디지털 기술 4건의 특허도 출원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이번에 개발한 디지털 배전반 기술을 통해 세계 전력장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전력장비 시장은 국내 6조6,000억 원, 해외 230조 원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라며 "정부 지원만 뒷받침되면 충분히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아직까지 정부 연구과제나 자금 지원 등에서 전력장비는 관심 밖이어서 안타깝다"며 "경쟁력 있는 국내 전력장비 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