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뀌면서 합류가 유력했던 삼성 5개 관계사 중 삼성증권이 이사회 반대로 전경련에 복귀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를 비롯해 안팎에서 전경련의 혁신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정경유착의 위험성이 여전히 높다는 의견이 쏟아지자 이사회도 복귀를 승인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준감위와 이사회의 전경련 복귀 반대 입장에 따라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경협 출범과 함께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 관계사는 물론 4대 그룹 가운데서도 최초로 한경협 복귀를 거부하겠다는 의사 표시가 나온 것이다.
앞서 준감위는 16일과 18일 두 차례 회의 끝에 삼성 5개 관계사의 한경협 합류에 대해 "관계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 관계사가 한경협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으면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 사실상 조건부 승인으로 해석됐지만 삼성증권에서는 이를 준감위가 합류에 반대했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전경련의 정경유착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증권 이사회가 복귀를 직접 결정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한경협 합류가 거론되는 나머지 4개 관계사(전자·SDI·생명·화재)와 달리 현재 삼성 준감위와 협약을 맺은 관계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경협에 복귀한 뒤 정경유착 문제가 재차 불거지면 준감위의 감시를 받는 다른 관계사와 달리 제도적 통제를 받을 수 없어 회사가 떠안아야 할 위험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등 나머지 4개 관계사는 이사회 보고를 마쳤기 때문에 여전히 한경협 합류가 유력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준감위가 사실상 복귀를 인정하는 권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사가 반대 결정을 한 것은 예상 밖"이라면서도 "전경련 복귀에 대한 비난 여론을 삼성을 비롯한 재계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