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이라도 찾고 싶다"… 하와이 산불 13일째 애타는 실종자 가족들

입력
2023.08.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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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지원 불구 신원 확인 10명뿐
실종자 가족들 "생사 확인이라도" 답답

“나는 아내와 장인, 장모를 찾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들이 살아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것 말고 또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주(州) 마우이섬 라하이나 주민 케빈 버클리그(30)는 지난 8일 발생한 산불로 아내와 장인·장모, 친척 6명이 실종된 후 이같이 말했다. 버클리그는 13일째 대피소를 전전하며 이들의 사진을 인쇄한 전단을 돌리고 있다. 3년 전 라하이나로 이사 온 그는 AP에 "라하이나의 모든 곳을 찾고 또 찾았다"고 애통함을 내비쳤다.

산불 발생 이후 실종자 가족들은 애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라하이나 산불 피해 지역에서는 시신 114구가 발견됐는데,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10구에 불과하다. 또 전체 피해 지역의 약 15%는 아직 수색이 마무리되지 않아서 추가 사망자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백악관이 연방 직원 1,000여 명을 투입하는 등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어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화재 후 28세 아들이 실종된 레오나 카스티요는 “아들의 시신이라도 찾고 싶다”며 “이렇게 실종된 상태로 남기를 원치 않는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아들 유해가 발견되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DNA를 채취해 당국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카니엘라 잉 전 하와이 주의원은 “매일 실종자 명단을 살펴보다가 내가 아는 이름을 발견하곤 한다”며 “사람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큰 슬픔”이라고 말했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의 유가족들도 고통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호세 바르가스(20)는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산불이 번져 15세 동생을 잃었다. 그는 “편하게 자고 싶지 않다”며 “계속 바닥에서 자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고통 속에 떠난 동생을 그렇게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