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지 않는 소비, 부진한 수출, 위태위태한 부동산 시장까지. 중국 경제가 겹겹의 악재를 만나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부랴부랴 내놓은 경기 부양책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최대 위기"라고 진단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6.4%에서 4.8%로 내렸다. 코로나19 봉쇄로 바닥을 쳤던 중국 경제가 올해 원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대폭 수정했다. 일본 미즈호 증권은 5.5%에서 5.0%로,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4.9%에서 4.5%로 중국 경제 성장 전망치를 낮췄다.
이 같은 비관론은 중국 정부가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해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낸 직후에 나와서 충격이 더 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4일 단기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2.65%에서 2.50%로,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는 1.9%에서 1.8%로 각각 내렸다. 이에 따라 시장에는 총 6,050억 위안(약 111조 원)의 유동성이 공급될 전망이지만 글로벌 시장은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경고음을 보낸 셈이다.
중국 경제는 3중 위기에 직면했다. △대형 부동산 업체 연쇄 도산 가능성에 따른 금융 위기 △내수 회복 부진으로 인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다.
위기감을 부채질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동산 시장 붕괴 가능성이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위기는 2021년 말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디폴트 사태로 시작된 후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우량 기업으로 평가됐던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과 위안양(시노오션)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마저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며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일각에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던진 리먼 사태가 중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부동산 업체가 줄도산하면 부동산에 투자한 금융 업체 등이 유동성 위기에 연쇄적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민영 자산관리 그룹인 중즈계 산하 중룽신탁은 최근 3,500위안(약 64조 원) 규모의 만기 상품 상환을 연기했다. 이 회사는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 업체 10곳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나친 인프라 투자로 발생한 부채로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이미 터지기 시작했다"며 "부동산 위기는 금융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 위기감도 확산하고 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경제 지표를 보면, 대표적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2.5%를 기록해 시장 추정치(4.5%)를 크게 밑돌았다. 6월(3.1%)에 이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친 것이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0.3% 하락했다는 통계를 종합하면 소비 위축으로 물가가 떨어지고, 소비자는 추가 물가 하락을 기다리며 소비를 미루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경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수출도 지난달 2,817억6,000만 달러(약 369조7,000억 원)를 기록해 지난해 대비 14.5% 급감했다.
문제는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다. 로버트 카넬 ING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조만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겠지만,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수십 년간 '부동산 개발→인프라 투자→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적 경제 성장을 이어왔는데,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하면 금리 인하나 경기 부양 자금 투입이 장기적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뜻이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의 현 상황은 급격한 경제 성장 이후 장기적 불황 국면으로 접어든 1990년대 일본을 닮았다"며 "중국의 낮은 성장률에 점차 익숙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