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초등학교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교육부 사무관이 교육청과 학교 측에 담임교사의 직위해제 등을 요구하며 "미해결 시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 이후 교체된 후임 담임에게도 매일 교육활동을 보고하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일보가 11일 교육부 5급 사무관 A씨의 교육활동 침해를 인정한 세종시 소재 초등학교의 교권보호위원회의 의결 내용을 취재한 결과, A씨는 지난해 하반기 자신의 자녀가 담임교사 B씨에게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세종시교육청과 학교장, 교감을 상대로 △B씨와 자녀의 분리 조치 △사안 조사 △B씨 직위해제 △재발 방지 대책 등 4가지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들에게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보호위는 이를 당사자들에게 공포심을 주는 '해악의 고지'를 했다고 판단했다. 달리 말해 '협박'이라 본 것이다. A씨는 실제 지난해 10월 B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고, 하루 뒤 담임교사가 교체됐다. 세종시교육청은 신고 한 달 뒤 B씨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A씨는 B씨의 후임으로 온 담임교사 C씨에게는 자신이 국민신문고에 B씨와 관련해 신고한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다. 교권보호위는 A씨가 교체된 교사에게 '아동학대로 언제든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줘 교육활동을 위축시켰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후임 담임교사에게 자신의 자녀를 "특별히 대해 달라"는 취지로 반복적으로 요구한 정황도 드러났다. 자녀가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칭찬과 격려를 통한 지원만 해달라는 식의 요구로 전해졌다. A씨가 C씨에게 보낸 편지에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니 왕자에게 말하듯 듣기 좋게 돌려 말해도 다 알아듣습니다' '하지마, 안 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하지 마세요' 등의 여러 요구가 담겼다. 심지어 자신의 자녀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행동 변화 결과를 매일 기록해서 자신에게 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행위는 교원지위법에서 규정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 유형 중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적 부당 간섭'으로 결론이 났다. 교권보호위는 A씨가 자신의 행동이 교사 교육활동 침해인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도 처분의결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A씨에게 '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을 할 것을 의결했다. 현행 교원지위법에는 학부모의 갑질과 무리한 요구,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과태료 등 책임을 묻는 처분 규정이 없다. A씨의 신고와 압박으로 직위해제를 당한 B씨는 올해 5월 말 대전지검에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대전시교육청은 현재 대전 소재 한 학교 관리자(행정실장)인 A씨에게 이날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앞서 교육부는 A씨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조사반을 편성하고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며 대전시교육청에 A씨의 직위해제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