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에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벨라루스에 둥지를 튼 러시아 바그너 그룹의 용병들이 폴란드로 진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폴란드 국방부는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경에 병력 1,000명을 추가로 보내겠다"며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현재는 폴란드군 2,000명, 국경수비대 5,000명 등이 국경에 주둔 중이다.
폴란드 언론 PAP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국방부가 병력을 증파하는 직접적 이유는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불법 월경을 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불법 월경 시도자는 약 1만9,000명으로 지난해 약 1만6,00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폴란드 정부는 집계했다. 아프리카, 중동 출신이 많다. 폴란드는 벨라루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쪽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불법 월경을 조장하고 있다고 본다.
폴란드는 특히 바그너 용병들이 넘어올 가능성을 우려한다. 지난 6월 바그너 그룹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이 실패한 후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로 이동했는데, 폴란드는 그 규모를 4,000명 정도로 추정한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바그너 용병들이 서쪽(폴란드)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벨라루스는 바그너 용병과의 합동 훈련도 개시했다. 특히 폴란드, 리투아니아 국경 근처이자 전략적 요충지대로 꼽히는 '수바우키 회랑' 근처에서 활동이 감지되고 있다.
전쟁이 우크라이나에서 동유럽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독일은 폴란드에 배치한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시스템의 주둔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당초 올해 1월부터 약 6개월간 주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8일 성명을 통해 벨라루스발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며 "제재를 통해 벨라루스 정권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