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가혹행위 의혹 국정원 조사관들 1심 무죄

입력
2023.08.0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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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 증거 유가려씨 증언 믿기 어려워"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의 동생 가려씨를 폭행·협박해 허위진술을 받아낸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조사관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일한 증거인 가려씨 진술이 자주 번복되고 다른 증언과 모순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9일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위증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조사관 박모씨와 유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가려씨의 진술은 동일한 상황에 대한 다른 증인의 진술과 배치되고 일관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거의 유일한 증거로 신빙성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씨 등은 탈북민 유우성씨의 간첩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2년 11월 동생 가려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을 통해 허위 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가려씨는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해 오빠가 북한 국가보위부 부부장에게 임무를 받았다는 등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당시 가려씨를 목격했던 다른 탈북민 A씨가 2013년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 재판에서 진술한 내용이 가려씨 주장과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려씨는) 처음 폭행을 당했다는 날 눈이 붓고 제대로 서 있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A씨는 (가려씨를) 처음 봤을 때 울지 않았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가려씨가 조사관에게 건네받았다고 진술한 음료가 비타민 음료에서 우유, 두유 등으로 번복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행정조사관으로 대공혐의를 직접 수사하지 않는다"며 "그런 피고인들이 폭행과 협박을 가하면서까지 유우성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이야기를 들을 동기가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유우성씨와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실체적 진실 파악 없이 10년 전 일의 미시적 기억에만 집중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유우성씨는 "간첩 조작 사건의 출발이 동생의 거짓 증언이었는데 가혹 행위에 무죄가 내려진 것"이라며 "법정에서 가혹행위를 청취했던 판사는 선고를 앞두고 (인사 이동으로) 떠났고, 지금 판사는 최후변론만 듣고 판결했다"고 반발했다.

유우성씨는 동생의 진술을 토대로 2013년 재판에 넘겨졌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져 이후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한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찰 진상조사팀 수사 결과, 국정원 직원들이 중국인 협조자에게 부탁해 유씨의 출입국 기록 등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를 주도한 국정원 간부는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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