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살인예고’ 글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와 인천에서만 주말까지 40여 건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부분의 글이 10대가 작성했거나, 장난으로 올린 경우가 많아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공포 분위기 조성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6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112에 접수된 ‘살인예고’ 건수는 모두 28건이며, 이중 1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전날인 5일에만 16건(검거 8명)이 접수됐다. 경기북부경찰청에도 모두 7건이 접수돼 5명을 검거했으며, 인천경찰청도 주말에만 2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광명경찰서는 이날 0시 31분쯤 SNS에 ‘칼부림이 유행아님? 난 8월 30일 철산중 칼부림 예고한다’고 글을 올린 혐의(협박)로 A(13)양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A양은 경찰에서 “친구들과 채팅 중 장난으로 글을 올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5일 하남에서는 ‘캐리비안베이 모든 사람들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글을 올린 B(14)군이 경찰에 붙잡혔다. B군도 친구들과 단체 대화방에서 재미로 이 같은 글을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에서는 40대 남성이 음주상태에서 장난 삼아 ‘광교역 묻지마 살인예고 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가 검거됐다.
경기북부청도 ‘내일(5일) 서울 코스프레 페스티벌 칼침 예고다’라고 올린 C씨를 전날 붙잡아 조사 중이다. C씨는 “장난이었으며,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청도 ‘오늘(8월 5일) 오후 10시 부평 로데오거리에서 여자만 10명 죽이겠다’고 글을 올린 D씨를 붙잡았다. D씨는 “살해할 마음은 없었다”며 “작성한 게시글에 대한 댓글이 궁금하고 관심받기 위해 게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양역에서 7시에 20명을 죽이겠다’고 글을 올린 10대도 경찰에 붙잡혔다.
이처럼 SNS에 ‘살인예고’ 글이 잇따르자 경찰은 국민적 공포감을 조성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경범죄’가 아닌 ‘협박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장난으로라도 이런 글을 올리면 반드시 검거ㆍ처벌 된다”며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살인예고 게시글에 대해 신속하고 엄중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단조로운 상태에 있던 사춘기 청소년들이 큰 사건이 터지니까 직접 할 수는 없고, 글로 대신해 불만이나 충동을 표출하는 것 같다”며 “다수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글도 엄연한 범죄에 속하고, 다중을 겨냥한 내용이라면 협박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