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서현역 사건은 사실상 테러... 살인예고도 끝까지 잡겠다"

입력
2023.08.03 20:56
2면
긴급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 개최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경기 분당 AK플라자에서 일어난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을 사실상 ‘테러’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마침 이날 경찰이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후 잇따르는 살인예고 게시물에 대한 엄정 수사를 다짐한 직후 비슷한 사건이 또 터져 예방책 마련에 부담을 안게 됐다.

윤 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시ㆍ도경찰청장 긴급 화상회의에 참석해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신림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분당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발생했다”며 “이른바 묻지마 범죄,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유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 책임자로 매우 엄중하고 위급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55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에서 20대 남성이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렀다. 피의자는 범행 직전 차량을 몰고 서현역 앞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을 들이받기도 했다. 차량 돌진과 흉기난동으로 모두 14명이 다쳤다. 신림동 사건 발생 13일 만이다.

윤 청장은 두 사건을 겨냥해 “개인적 원한에 의한 전통적 범죄와 달리 일련의 사건들은 그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범죄와 궤를 달리한다”면서 “사실상의 테러행위”라고 강조했다.

현장 경찰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도 요구했다. 그는 “구속 등 가능한 처벌 규정을 최대한 적용해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흉기난동을 모방한 살인예고 글이 계속 올라오는 것에도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수사역량을 집중해 피의자를 신속히 특정하고, 끝까지 추적ㆍ검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112순찰차, 기동대 등 가용 인력을 적극 투입해 순찰을 실시하는 한편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와 야간합동 순찰,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 모니터링 등 범죄예방 활동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윤 청장은 “신림역과 AK플라자 모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범행 장소로 택했다”며 “다중밀집 장소를 중심으로 경찰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청장은 끝으로 “경찰 구성원 전체가 국민 일상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이런 범죄에 심각한 인식과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면서 “이상동기 범죄도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보다 심층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