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만해협 위기 시 주한미군 여단급 부대를 파병하는 구상을 우리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 취재 결과 한미 양국이 올해 3~4월 고위급 외교안보채널을 통해 인도·태평양 권역에서 무력충돌 발생 시 주한미군의 활동범위 및 규모와 관련해 이 같은 의견을 나눴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역외차출은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부대 규모가 특정되긴 처음이라 파장이 불가피하다. 여단급이라면 3,000~5,000병력의 작전 참여 수준이다. 양안 긴장에 한반도 안보가 직접 영향받을 위험성이 실질적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이후 더욱 강조되는 사안이다. 임무수행을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분쟁지에 신속 투입하는 것이다. 북핵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로선 억지력 유지 측면에서 중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대만 침공 시 북한이 도발하도록 사주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두려 할 것이란 예상이야말로 익히 언급돼 온 가정이다. 중국의 한국 내 미군기지 보복 타격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주한미군 차출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한미가 포괄적 전략동맹에 경제안보·글로벌 이슈까지 공동 대응한다 해도, 군사동맹 작전범위 확대는 한국민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 미중 충돌에 우리가 개입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2021년 5월 문재인 정부의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처음 ‘대만해협 평화’가 들어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2006년 한미 전략대화 합의에서 ‘미군이 한국민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오는 18일(현지시간) 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진행될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일방적 가치동맹 강조에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윤석열 대통령은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