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전북 부안에서 개막해 12일까지 열리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돈 내고 하는 ‘생존 체험’ ‘난민 체험’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세계에서 모인 청소년들이 나무 그늘 하나 찾을 수 없는 허허벌판의 폭염 속에서 온열질환과 싸우고 있다. 8년이란 준비 기간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준비 부족에, 최근 한국사회에 반복되어 온 관재(官災)형 참사의 악몽까지 떠오른다.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습도 높은 폭염이 이어지며 1, 2일 이틀 동안 600여 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고, 부상 등 다른 질환까지 포함하면 환자가 2,000명가량에 이르렀다. 2일 밤 개영식에서만 108명의 온열환자가 나왔다. 장마 후 물이 빠지지 않은 진흙탕에서 딱딱한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쳐야 하고, 편의시설 부족으로 긴 줄을 서야 한다. 화장실은 청소가 되지 않아 위생문제가 심각하고, 이 와중에 편의점에서는 얼음 등을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한다는 불만까지 나왔다. 여성가족부와 행정안전부, 지자체까지 관여하는 행사인데 대체 무엇을 준비한 건가. 영국은 자국 부모들의 항의에 외교관들을 새만금으로 급파했다.
조직위원회는 각국 대표들과 회의를 통해 병상, 의료진, 시설 확대 등의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개영식 당시 소방당국이 온열환자들을 원활히 이송하기 위해 행사 중단을 요청했으나 조직위가 이를 무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2015년 새만금이 강원 고성을 제치고 잼버리 국내 후보지로 결정된 데는 새만금 간척지 홍보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당시부터 예고된 사태였는데, 준비 부족까지 더해졌다. 156개 나라에서 4만3,352명이 찾은 최대 규모이고, 스카우트 정신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의미 있는 스카우트 활동까지 제한당할 수밖에 없다. 우선은 최선을 다해 불편 사항을 해소하고, 극한 환경이 이어지면 대회 중단까지 열어놓고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