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이동관이 요청한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 직접 봤다"

입력
2023.08.03 09:25
"청와대에 보고하면 상층부가 열람"
"尹 청개구리식 인사...불행 반복"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언론 장악을 위해 작성한 국정원 문건을 "직접 봤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2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정원장일 때) 문건을 봤다.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검출을 하면 원장에게 보이게 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건을) 직접 봤지만 얘기는 할 수 없고, 관계자들에게 보내줄 때는 다 비실명 처리했다"면서 "지금 일부 의원들이 문건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지난 6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것으로 2010년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방송사 선거기획단에 좌편향 기자들 침투',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 시 좌편향 시민단체 관련자 등 배제' 등 언론장악 시도가 담겨 있다.

박 전 원장은 이 후보자가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거기(문건)에 (홍보수석 요청 문구가) 있는데 없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보고하면 가장 상층부가 보지 하급 직원들은 못 본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인사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민주당이 처음에 청문회를 보이콧한다고 해서 그건 절대 안 된다. 야당으로서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는 국회"라고 했다. 이어 “이틀간 청문을 해서 못 되면 하루 연기를 하는 일이 있더라도 제대로 해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이 후보자를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민심을 거역하는 정치, 민심을 따르지 않는 대통령은 성공할 수가 없다. 민심을 따라가야 한다"며 "지금 현재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민심에 거역해서 하지 마라고 하면 해버리는 청개구리식 인사를 하고, 고집을 부리기 때문에 이런 불행한 일들이 자꾸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