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리카·중국의 '배터리 가치사슬'도 끊어낼까

입력
2023.07.31 19:00
25면

편집자주

아프리카 대륙은 55개 국가를 포괄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 아프리카가 얼마나 다양한지 소개하려 한다.


중국이 통제해온 아프리카 자원
미국, DR콩고·잠비아 양해각서
한국도 새 구도에서 기회 찾아야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2차전지와 반도체 등 국가첨단산업에 필수적인 니켈 등 광물 33종을 핵심 광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핵심 광물의 중요성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이다.

우리 당국의 조치에서 보듯이 핵심 광물, 특히 배터리용 금속을 누가 장악하는가는 향후 10~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지정학적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아프리카가 주요 격전지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실제로 이미 미국과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아프리카 매장 광물에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구성 요소는 전원을 공급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LIB)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전 세계 주요 광물 매장량의 많은 부분은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코발트), 짐바브웨(리튬), 모잠비크(흑연), 잠비아(구리) 및 남아프리카공화국(망간, 니켈 및 백금) 등 아프리카에 있다. 이 광물이 아프리카에서 채굴되는 동안 제련, 정제, 전지조립 및 최종 전기차 생산과 같은 실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작업은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이뤄지는데 현재 이 분야의 패권은 중국에 넘어간 상태다. 중국은 전 세계 LIB 광물 정제의 80%, 전지 생산의 77%, 부품 제조의 69%를 통제하고 있다.

일련의 제조분야 가치사슬이 중국에서 벗어난다면, 즉 풍부한 흑연 매장량을 보유한 모잠비크와 탄자니아에서 직접 정제된 흑연을 생산한다면 당연히 아프리카에는 더 큰 이익이 돌아간다. DR콩고, 탄자니아, 모잠비크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까지 이어지는 전기차 배터리 가치사슬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논의도 이 때문이다. 남아공의 배터리업체 메가밀리언 에너지가 남아프리카 지역의 풍부한 배터리 광물 자원을 활용해 공급망을 현자화함으로써 저렴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생산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 메가밀리언 에너지는 코에가에 3,500만 달러 규모의 0.25GWh LIB 생산 공장을 건설했다. 2028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32GWh로 늘릴 계획이며, 지금은 에너지 저장용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전기차 배터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새로운 가치사슬이 아프리카에 형성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정부, 기업 및 국제 파트너의 이해관계, 결단력 및 장기적인 약속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지역의 낙후된 기술, 불충분한 자금 조달, 허약하고 제한적인 인프라, 산업 정책 시행의 부진, 과세,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필수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환심을 사려 노력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3월 아프리카 순방 중 탄자니아 하산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탄자니아 북서부 카방가에 니켈 공장 건설이 이미 시작되었으며, 2026년까지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 배터리용 니켈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요한 것은 광물이 탄자니아에서 탄자니아 사람들에 의해 가공된다는 사실"이며, "이는 기후 위기 해결,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탄력성 강화, 새로운 산업 및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DR콩고 및 잠비아와도 전기차 배터리의 신규 공급망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프리카에서의 이런 변화는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우수한 전기차 배터리 기술과 재정적 능력을 토대로 시장 개척의 여지가 크다. 우리 정부가 기술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아프리카에 구축되는 더 큰 가치사슬에 참여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포스코그룹이 2021년 아프리카 탄자니아 흑연광산을 보유한 호주 광산업체 블랙록마이닝 지분 15%를 인수하는 등 아프리카에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