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대표가 폭염 아래서 카트 정리 일을 하다 숨진 직원의 빈소에서 "(고인이) 병을 숨기고 입사한 것 아니냐"고 유족 측을 몰아붙인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회사는 한달이 넘도록 유족에게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9일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하남점의 야외주차장에서 일하다 숨진 김동호(30)씨의 아버지 김길성씨는 "대표이사도 (빈소에) 와서 '병 있지, 병 있지, 병 있는데 숨기고 입사했지'라고 (말했다)"고 지난 27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동호씨는 경기 하남지역에 이틀 연속 폭염 특보가 발령됐던 지난달 19일 오후 7시쯤 일하던 야외주차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지만 사망했다. 2019년 코스트코 정규직으로 입사해 계산원으로 일하다 주차장 카트 관리 업무로 변경된 지 2주만이었다. 병원 측이 밝힌 사인은 ‘온열로 인한 과도한 탈수증상이 유발한 폐색전증’이었다. 그는 냉방장치가 가동되지 않았던 야외주차장에서 시간당 카트 200개를 매장 입구로 밀고 다니는 업무를 하며 많을 때는 하루에 4만3,000보, 약 26km를 걸었다.
김씨는 주차장 업무로 배치되기 전 받은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병을 숨긴 것 아니냐고 의심하며 아직 유감이나 사과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또 산재 신청을 위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공해 달라는 유가족의 요청에도 "영상 준비에 2,3주가 걸린다"고 답하는 등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 동호씨의 아버지는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대응이 자기들한테 최선의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저희 유가족을 두 번 죽이고 세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코스트코 측의 대응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장례식장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죽음 앞에서는 최대한 예의를 지키는게 인간의 도리"라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마트 노동자 중에 몸 한군데 쯤 안 아픈 사람이 누가 있느냐. 사람을 한낱 소모품 취급한다"고 비판했고, 다른 누리꾼은 "회사는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