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종적을 감춰 신변 이상설이 제기됐던 친강(57) 외교부장이 결국 면직 처리됐다. 면직 처리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전례 없는 임명 7개월 만의 낙마로 불륜설·간첩설·구금설 등 그의 공석 배경을 둘러싼 각종 관측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발탁한 대표적인 '시진핑 키즈'라는 점에서 시 주석 리더십에도 적잖은 생채기가 남게 됐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5일 회의를 열어 친 부장을 면직하기로 결정했다. 차기 외교부장에는 친 부장의 전임자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임명됐다. 이로써 친 부장은 지난해 12월 외교부장 임명 7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며 '역대 최단명 외교부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발표 직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있던 '외교부장 활동란'은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과 러시아 외교차관과의 회담 이후 공식 석상에서 '증발'했다. 지난 11~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등 외부 행사에는 왕 위원이 대신 참여했다.
그의 잠적 초기에는 '코로나19 감염설'이 설득력을 얻었다. 홍콩 성도일보가 지난 10일 "친 부장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요양 중"이라며 "조만간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중국 외교부도 11일 "신체(건강)상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회복 기간을 훌쩍 넘길 때까지 그가 나타나지 않자 중화권 언론을 중심으로 각종 관측이 쏟아졌다. 홍콩 봉황TV 푸샤오텐 아나운서와의 '불륜설'을 시작으로, 친 부장이 주미대사 시절 중국 로켓군 부대 관련 정보를 누설한 '간첩 행위'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관측, 최근에는 외교가를 중심으로 '자살설'까지 나돌았다.
건강 문제를 공석 사유로 설명했던 외교부조차 최근 그의 행적과 관련,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입장을 바꿔 사실상 친 부장 신변에 이상이 있음을 암시했다. 공석 한 달 만에 중국이 친 부장을 면직시키며 최근 제기된 각종 의혹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친 부장은 올해 시작된 시 주석 3기 체제에서 가장 크게 도약한 인물이다. 외교부 대변인 시절부터 미국 등을 향한 거침없는 언사로 주목받으며 중국 특유의 '전랑(늑대 전사)외교'의 상징으로 굳어진 그는 지난해 12월 외교부장에 임명된 지 불과 3개월 만인 올해 3월 국무원 최고지도부인 국무위원에 올랐다. 전임 왕 위원이 외교부장 임명 뒤 5년 걸렸던 코스를 3개월에 주파, 시 주석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음을 증명했다. 어떤 이유로 면직됐든 그의 낙마 자체가 시 주석 리더십에 타격을 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친 부장 사태로 왕 위원은 7개월 만에 다시 외교부장 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왕 위원은 2013년부터 10년간 외교부장 자리를 지켜온 베테랑 외교관이다. 한때 친 부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마자오쉬 부부장(차관)이 외교부장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외교상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임자인 왕 위원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