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기업사냥꾼 3명이 최근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신약 개발사를 인수한다거나 제휴업체가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가짜 호재'를 띄워 A사 주가를 부양한 뒤 사모 전환사채(CB) 전환주식을 고가에 팔아 약 120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A사와 신약개발사 간 업무협약(MOU)은 최종 결렬됐으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거짓이었다.
사모CB를 악용한 주가조작범들이 금융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금감원은 사모CB를 악용해 약 84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불공정거래 혐의자 33명을 검찰에 이첩했다고 25일 밝혔다. 금감원은 최근 사모CB 발행이 빈번했던 상장기업 39개사를 추리고, 이들 기업이 발행한 사모CB에서 조작 혐의가 의심되는 40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가 끝난 14건 가운데 11건은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했고 3건은 고발 여부를 심의 중이다.
사모CB는 공모 없이 특정 투자자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발행되는 전환사채(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로,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발행이 용이하고 공시 규제 등이 완화된 탓에 주가조작 세력이 대거 인수한 뒤 투자자에게 고가에 떠넘기는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범행엔 주로 '허위 호재'가 동반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허위로 신규 사업 진출을 발표하거나 대규모 투자유치를 가장해 투자자를 기망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이 조사를 마친 14건 가운데 10건이 이에 해당한다.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도 각각 3건(중복 포함)으로 조사됐다.
사모CB 관련 주가조작 혐의자 대부분은 관련 전력이 있던 소위 전문 '꾼'들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조사대상 40건 중에 25건(62.5%)이 상습 불공정 거래 전력자와 기업사냥꾼의 조작이 있었다. 이들 불공정 거래세력은 본인들을 은폐하기 위해 투자조합이나 투자회사를 세워 사모CB를 인수하는 수법을 썼다.
피해는 개인투자자에 집중됐다. 조사 대상 39개 상장기업 가운데 4개사(10.3%)는 이미 상장폐지됐다. 상장폐지에 앞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도 14개사(35.8%)에 달하고, 전년 대비 매출액 혹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30% 이상 감소한 기업도 11개사(28.2%)에 이른다. 전문 조작꾼들이 허위 호재를 띄운 뒤 이를 믿은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보유 주식을 팔아치우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준 셈이다.
금융당국은 조사 속도를 높이는 한편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속도감 있게 사모CB 기획조사를 진행·완료할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사모CB가 건전한 기업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