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240원) 인상된 시급 9,860원(월 209시간 기준 206만740원)으로 결정됐다. 110일 동안 역대 최장 기간 심의하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해 표결에 부쳐졌다. 노동계와 재계, 소상공인 모두 불만을 보이고 있지만,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액수로 결정됐다는 점에서 재계 입장이 더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매년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이 호가 던지듯이 액수를 던지고, 공익위원들이 중재를 해서 결론을 내는 식인데, 이런 주먹구구 결정 방식이 언제까지 지속돼야 하는지 답답하다.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은 정권에 따라 성향이 좌우되면서 최저임금은 사실상 ‘정치적 결정’이 된 지 오래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상하한선 중재안 산출 기준이 매년 다르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는 물가상승률 전망치와 함께 산출 근거에 300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의 임금 총액 상승률이 포함됐는데, 지난해에는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중위수가 포함되는 식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라고만 돼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물가, 경제성장률 등과 연계해서 전문적이고 예측 가능한 산식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왔다. 주요 국가들의 최저임금 산출 방식 등을 검토하고 노사 협의를 통해 안정적인 산출 공식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번 결정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최종 9,920원을 제시했으나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이 반대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표결로 9,860원이 결정됐다. 사용자위원과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이 9,920원 조정안에 찬성했던 것을 감안하면, 민주노총이 결과적으로 60원 추가 인상을 저지한 꼴이 됐다. 실질적 성과보다 자존심 싸움에 목숨을 건 결정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는 이런 체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