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14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상의 주최 제주포럼에서 패러다임 전환 시대의 해법으로 멀티 CEO 도입을 제안했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와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김영훈 대학내일 대표와 함께 대전환 시대를 맞은 기업의 미래 대응을 주제로 머리를 맞대는 '경영 토크쇼' 자리였다.
논의의 출발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디지털 대전환이 일어나고 인공지능(AI) 기반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는 한편 미중 패권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등 기업 역시 패러다임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지점에서 시작했다. 최 회장은 "내가 잘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AI이든,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든 잘 아는 사람을 데려와서 CEO를 만들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기업을) '내 회사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패러다임 전환)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부분 기업의 헤드(경영자)는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멀티 헤드를 만들어야 한다. 다른 헤드를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회장 입장에서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그는 "저도 회장이 바뀌고 사장이 여럿이 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내부에서는 CEO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C레벨(분야별 최고책임자)이 한 팀이 돼서 경영하는 방법론을 채택하는 것이다. 저도 늙어서 적응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I(처럼 모르는 분야)를 언제 다 배워서 문제를 해결하느냐"며 "그건 임파서블(불가능)한 문제니까 저는 그렇게(멀티 CEO)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제를 바꿔 '이모작 사회'를 언급하면서도 그룹 총수로서의 고충과 고민이 담긴 발언을 했다. 최 회장은 "내가 빠져도 될 수 있는 데까지 계속 만들면 되는 것"이라며 "내가 빠지면 나는 주주로 있는 거고 가끔 이사회 출석해서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잘 안 되면 이사회를 통해서 얼마든지 CEO 인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은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은퇴가 되는 것 아니겠냐"며 "거버넌스를 바꾸면 우리가 행복하게 되고 이모작 사회도 건강해진다"고도 강조했다.